매일신문

야당 허찌른 특사, 대통령실 실속 챙겼다

'광복절 특사' 정치권 평가
'김경수 복권' 지렛대로 활용 MB·박근혜 정부 인사 대사면
보수 진영 묵은 숙제 풀어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4년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고위직을 지낸 주요 인사들을 대거 포함한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자 정치권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가능성에 불협화음을 내던 여당에선 관련 논란이 숙지는 분위기다.

반면 김 전 지사 복권 언급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던 야권은 광복절 특사를 통한 보수층 결집 시도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허를 찔린, 반대로 대통령실은 실속을 챙긴 광복절 특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경수 복권'을 지렛대로 보수 진영의 묵은 숙제를 풀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청년, 운전업 종사자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경제인, 전직 주요공직자, 정치인 등 1천219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전직 주요공직자 17명, 여야 정치인 29명, 기타 9명 등 정계인사 55명에게 채워진 족쇄도 풀었다.

정부는 "국정수행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처벌받았으나 장기간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한 주요 공직자들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등을 사면함으로써 통합과 화합의 기회 마련하고 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이 이번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주도하는 국기문란 행위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특별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야권에선 '국정농단 적폐세력과의 화합일지언정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한참 먼 특사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정농단과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반민주 적폐세력을 대거 풀어주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화합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국민 대통합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복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표정관리를 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은 야권 내 자중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에 호재이지 만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김경수 복권을 두고 찬반논란을 벌이던 여당은 관련한 언제 그랬냐는 듯 광복절 특사의 성과에 호평을 내놓고 있다. '김경수 복권'을 내주고 보수진영의 묵은 숙제를 푸는 결과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내 분란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한동훈 대표는 '더 이상 사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고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성동격서(聲東擊西)격으로 김경수 복권 카드로 정치권의 시선을 한쪽으로 돌린 후 보수진영이 일거에 전열을 정비하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앞서 쉽지 않을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광복절 특사가 윤 대통령과 보수진영 사이 해원(解冤)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전히 보수진영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전(前) 정부에서 검찰 요직을 지내는 동안 보수진영이 괴멸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호소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손에 묻은 피를 다소나마 씻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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