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은 목표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작은 나라가 눈부신 경제 성장과 문화콘텐츠 발전에 이어 지구촌에서 가장 큰 스포츠 축제에서 세계 8위의 성적을 거둔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보인 패기와 응집력은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고, 특히 유도 혼성경기에서 체급차이를 극복한 안바울 선수의 투혼은 빛났다. 선전한 선수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성과와 과제를 알아보는 노력이 다음 올림픽 준비를 위해 필요하다.
먼저 역대 최다 메달을 획득했던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 비해 이번 올림픽에는 훨씬 작은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하여 비슷한 성적을 거둔 것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스포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다양한 종목에서의 메달 획득이 중요한데 소수의 종목에만 메달이 집중된 아쉬움이 있다. 특히, 육상과 체조 같은 기초 종목에서의 노메달은 스포츠계에서 꼭 풀어야 할 과제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종목들에서의 성공요인은 적절한 세대교체, 공정한 선수선발, 과학적인 훈련, 기업들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한 성과를 거두고도 준비과정에서 관행이나 의사소통 부족으로 선수와 협회 간의 갈등이 과도하게 노출된 사례는 보기에 안타깝다.
진솔한 대화를 통해 협회는 운영체계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 돌아보고, 세계적인 선수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아무튼 임원은 비즈니스, 선수는 이코노미 항공좌석을 배정한다는 등의 불합리한 규정들은 이번 기회에 모두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물리적인 통합 후에 나타난 체육단체 내의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이해관계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국가의 명예를 위해 땀 흘리는 엘리트 선수에게는 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여가선용과 건강증진이 목표인 생활체육은 참여자의 자비부담으로 운영된다는 기본개념을 되새겨봐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생활체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공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전국 규모의 생활체육 대회를 국가의 재정으로 치루는 것은 이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엘리트 체육과 똑같은 형태로 학교 스포츠클럽 전국대회도 매년 열리고 있다. 체육은 운동기능이 부족한 학생과 상대적으로 운동기회가 적은 여학생에게도 중요하므로, 교내와 지역 내에서의 프로그램과 대회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시합 종료 후에 승자가 패자를 안아주거나 손을 들어주는 훈훈한 모습들도 자주 보였다. 올림픽의 기본정신은 금메달 지상주의가 아니라 인류의 발전과 화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개최국은 올림픽이 세계 열강들만의 잔치가 아닌 약소국들에게도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관광과 문화 행사들도 더욱 발전시켜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평화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림픽 순위도 금메달 수가 아닌 전체 메달 수로 정하는 게 올림픽 정신에 가깝다고 본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의 단체들은 투명성과 공정성에 입각한 선수선발과 운영을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모범사례를 일반 행정과 경영 분야에서도 롤 모델로 적용해 보기를 권장한다. 더불어 기업들의 꾸준한 관심과 물심양면의 지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종목 간의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다음 LA올림픽을 위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 보인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또 한 번의 서울올림픽 유치를 원하며 파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에 지지를 보낸다.
류호상 전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장(체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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