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크라, 러시아 본토 공격…평화 협상 카드 될까?

우크라 병사 1천명, 러시아 쿠르스크주 급습
러, '본토 전쟁' 변수에 셈법 복잡해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1월 제2차 평화회의를 추진한다면서 러시아 대표단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1월 제2차 평화회의를 추진한다면서 러시아 대표단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담한 역습을 감행해 영토 일부를 점령하면서 향후 종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약 1천명의 병력과 서방제 전차, 장갑차 등을 동원, 자국 북동부 수미주(州)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를 상대로 급습을 단행했다.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은 이후 1주일이 지난 13일까지 수십㎞를 전진하면서 74개 마을을 점령하고 1천㎢가 넘는 권역을 통제하에 넣었다고 밝혔다.

올해 내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땅의 면적이 1천175㎢라는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분석에 비춰보면, 불과 1주일 만에 올 들어 빼앗긴 땅 전체에 버금가는 면적을 손에 넣었다.

더욱이 14일(현지시각)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남서부 국경지대인 벨고로드주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주 차원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벨고로드주는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와 인접한 지역이다.

보도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글래드코프 벨고로드주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을 통해 "벨고로드 지역의 상황은 매우 어렵고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매일 가해지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집이 파괴되고 민간인들은 다치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벨고로드 지역 전체에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후 정부 위원회에 연방 비상사태를 선포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작전의 최종적 목표가 무엇인지와 관련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평화협상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화로 끌어내려면 이런 방식의 군사적 압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13일 "쿠르스크를 차지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러시아가 공정한 평화 회복에 빨리 동의할수록 우크라이나 방위군은 러시아 본토 공격을 빨리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이 전쟁 수행을 계속하는 걸 그렇게 원한다면 러시아에 평화를 강요해야만 한다"는 최근 방송 연설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접어든 채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자 휴전을 중재하려 시도해 왔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20%가량을 점령 중인 러시아는 점령지가 러시아 영토임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등 조건을 내걸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도 전쟁 전 국경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면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 간에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양국의 협상이 더욱 멀어졌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가 협상 우위를 위해 도발한 것이라며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원자력발전소 시설을 위협하는 자들과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그것(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은 푸틴을 진정한 딜레마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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