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경에 따르면 조선 사람들도 아이에게 힘든 공부를 시키며 "지금 고생하면 남은 인생은 편하게 살 수 있다"라고 속삭였다. 왜 공부하는가. 출세하기 위해서다! 과거에 급제해 높은 관직에 올라 부와 명예, 권력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다! 교육관이 이러하니, 누군가가 도덕이나 정의 같은 입바른 소리를 하면 잘난 척한다고 비웃어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이다.'(1장 정약용, 입시에 미치다 중)
이 책은 조선 최고의 국가고시였던 '과거'를 둘러싼 천태만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기회를 누가 놓치랴.
수백 권의 책을 수천 번씩 읽어야 했던 무모한 공부량과 공부법, 유명 과외 선생과 일타 강사가 즐비했던 사교육 시장, 입시 정보를 구하느라 발품을 팔았던 부모들의 노력, 기상천외한 부정행위까지. 개인의 영달과 가문의 영광, 세력의 영속을 위해 과거에 도전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웃픈' 일화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오늘날의 입시 풍경이 겹친다.
'역사커뮤니케이터' 이한 작가가 실록 등 공식 기록부터 편지, 문집 등 개인 기록까지 여러 사료를 고증해 흥미롭게 얘기를 전한다. 32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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