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근로기준법 열외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일터의 규모가 노동권(勞動權) 보장 여부의 기준이 되는 게 정의로운가. 또한 그런 나라가 행복한 일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더 길게 일하지만 더 적은 돈을 받고, 법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놓인 노동 약자들이 많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그렇다. 이들은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과 연차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다.

최근 시민 단체 직장갑질119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한 노동자는 "식비를 아끼려고 점심 도시락을 싸 왔다는 이유로 '네 맘대로 할 거면 나가라'는 해고(解雇) 통보를 들었다"고 했다. 다른 노동자는 "사장이 내게 호감을 느낀다며 교제를 요청했는데,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갑자기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고 제보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일부만 적용된다. 임금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제32조)하고,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의 휴게 시간을 부여(제54조)해야 한다는 등 기본적인 몇몇 조항만 해당된다. 대표적인 예로 1주 연장 근로 12시간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연장·야간·휴일 근로 때 50% 가산(加算) 수당 지급의 의무도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 부당 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救濟)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노동자는 382만9천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7%이다. 이들 중 32.7%(125만3천 명)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대상은 1987년 기존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이후 그대로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거부했다.

다행히 정부 입장에 변화가 감지(感知)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5인 미만이라고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하고 나머지는 안 하는 나라는 없다"며 "저나 대통령의 뜻도 강력하다"고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배제는 노동의 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固着)하는 주요 원인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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