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종찬 광복회의 ‘뉴라이트 친일파론’, 무지하고 위험한 독단(獨斷)

이종찬이 회장을 맡고 있는 광복회가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하고 '식민지배 합법화'를 꾀하는 지식인이나 단체 등을 '뉴라이트'라고 정의(定義)했다. 사실상 '뉴라이트=친일파'라고 규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뉴라이트'에 해당하는 9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단체'로 깎아내리는 자나 단체 등.

'뉴라이트(New Right)'는 기존의 올드라이트(Old Right)와 대비되는 신우파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올드라이트'가 반공을 추구하며 '빨갱이' 타도에 집중했다면, '뉴라이트'는 좀 더 다양한 사관(史觀)을 갖고 있다. 1948년 건국론, 이승만 재평가, 북한 인권 운동, 식민지 근대화론, 제국주의 비판 등이 그런 예다.

'뉴라이트=식민지배 합법화를 꾀하려는 지식인이나 단체', 즉 '뉴라이트=친일파'라는 광복회의 정의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사람 중에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있다면 그들은 '뉴라이트'가 아니라 그냥 환자다. 그러니 광복회를 비롯한 일부 단체나 지식인들의 '뉴라이트=친일파' 주장은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를 만들어 내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뉴라이트' 역시 '식민지 근대화론'을 일부 인정할 뿐 일본 식민지배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거나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하는 자가 '뉴라이트'라는 기준 역시 자의적이다. 조선시대에 유교 경전(經典)을 주자(朱子)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던 배타적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런 흑백논리적 사고에 빠져 있으니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를 향해 '용산에 밀정 그림자' 같은 해괴(駭怪)한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건국 시점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아니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것이 국제법과 역사적 평가, 상식에 부합한다.

광복회는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을 '뉴라이트'라고 본다. 광복회가 정한 9가지 뉴라이트 기준으로 따진다고 해도 김 관장은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에만 해당한다. 그럼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이 무엇이었나? 마라토너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수로 뛰었나? 역사를 직시하고 다시는 불행한 일을 겪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지,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를 만들어 내며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용납 못 할 사회 파괴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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