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준식의 '꿈과 품'] 파리 올림픽의 메달리스트와 할머니

김준식 제이에스 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김준식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김준식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파리에서 열렸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에 가장 적은 규모의 선수들이 참가하였지만, 선수들의 투혼으로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여 역대 최고의 기록과 동일한 기록을 보여주었다. 역경을 이겨낸 많은 선수들의 후일담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만, 메달리스트 뒤에 많은 할머니의 역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허미미선수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유도선수 생활을 하였지만, 할머니가 태극 마크를 달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하였고, 그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선택하여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태권도의 김유진 선수는 태권도 세계 랭킹 24위였지만 랭킹은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주면서 금메달을 땄고, 할머니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8살 때 호신술을 배워 두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메달에 이르게 되었다.

필리핀의 체조 선수 카를로스 유로는 마루 운동과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어린 시절, 그의 할머니는 그가 진지하게 체조를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고 파리에서의 성공은 할머니의 지도와 격려의 결실이었다며 감사하다고 밝혔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그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에서 이기주의(égoïsme), 개인주의(individualisme), 그리고 귀족주의(aristocratie)의 차이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기주의는 개인이 자신만의 이익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이나 공동체의 복지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의미하며, 사람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결국 사회적 유대와 신뢰를 약화시킨다.

개인주의는 개인이 자기와 가까운 소수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만 관심을 두고, 더 큰 공동체나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향으로 개인의 권리와 자율성을 중시하는 태도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책임감이 감소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개인주의는 민주주의와 사회의 평등화에 비례해서 확산하는 가치관으로 타락한 감정이 아니지만 잘못된 판단과 지성의 결핍에서 생긴다고 본다. 조상을 잊게 하고 후손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하며 동시대인들로부터 고립시키고 공공 생활의 덕성들을 좀먹다가 최후에는 이기주의로 전락한다.

귀족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며, 각 계층은 상호 의존적 관계를 유지하여 사회적 안정과 지속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계층 간 불평등을 유지하고 강화한다. 토크빌은 이러한 귀족주의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고, 평등에 있어 큰 오류를 범하고 있지만, 살다간 사람들과 자기 뒤에 나타날 사람을 위해 자기의 개인적인 만족을 종종 희생하려 하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한다.

매슬로우(Maslow)는 욕구단계설에서,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사랑에 대한 욕구, 4단계로는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 존중의 욕구, 자아 실현의 욕구로 설명하였는데, 이 모든 기본적인 요구들을 충족시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가 가정이다.

사회에서 받는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들을 해소하고 재충전하는 곳이 가정이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는 곳이 가정이고, 새로운 도전과 창의성을 찾는 토양이 되는 곳이 가정으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듯 하다.

독일에서 1년간 발달장애를 공부하면서 다시 한번 가정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는데, 발달지연이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그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정의 문제이고, 그 가정은 그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독일에서는 '아동발달센터'라고 하지 않고 '사회아동발달센터'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국가도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나 레저 시설들을 개발하여 모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조급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할머니는 아이의 장점만 보면서 믿고 기다리며 사랑을 주기에, 어린아이들이 역경을 이기고 꿈을 이루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노령화 사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토크빌의 주장처럼 세대를 연결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할머니들의 귀족주의를 다시 생각케하는 파리 올림픽이며, 수고하며 땀흘리며 나라를 빛내주고 기쁨을 준 143명의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김준식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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