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 광고와 사람의 마음을 여는 소통법의 상관 관계

[책] 마음오프너
최석규 지음/진성북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마음오프너' 책 표지.

너 왜 '유튜브 프리미엄'(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의 유료 요금제)을 쓰지 않아? 함께 유튜브를 시청하다 도중에 광고가 뜰 때면 친구들이 종종 나에게 물었던 말이다. 그럴 때면 "광고 보려고" 라는 말로 웃어 넘긴 적이 있다. 물론 농담 반, 진심 반이다. 오랜만에 TV를 보던 중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등장하는 참신한 광고를 보는 것도 은근 기다려지는 일이다. 광고에는 쉽게 공감되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한 줄'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겠다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 들어간 많은 고민은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법과도 닮아 있다.

이 책은 30년차 광고·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쓴 '소통'에 관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들이 말을 잘하는 법이나 글을 잘 쓰는 법에 주목한다면, 이 책은 '생각의 본능'에 초점을 맞춰 소통을 효과적으로 돕고자 쓴 '사람'에 관한 책이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의 뇌가 이해하기 쉽고 좋아하는 방식대로 소통을 시도할 때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의 본능이란, 말 그대로 우리의 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저자는 ▷절약본능 ▷직관본능 ▷감정본능 ▷편안함추구본능 ▷일탈본능 ▷틀짓기본능 ▷자기중심본능 7가지로 구분지었다. 좀 더 압축적으로 요약하자면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게으름'과 '감정'에 기반한다.

하버드대의 제럴드 잘트먼 교수는 인간 사고의 95%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생각의 '게으름'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본능이다. 신조어에서 줄임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사투리에서 나타나는 축약 현상도 이러한 절약본능과 관련있다. 그렇기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핵심만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짧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은 더 힘을 발휘한다.

생각의 본능이 게으름에 좌우된다면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이성일까 감정일까?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사실과 정보만 주고 받으려 해도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끝에 남게 되는 최종 결과물은 감정이기 때문이다.

본문에 등장하는 사례 중 'Power of words'라는 짧은 영상이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이 유럽의 어느 광장 계단 아래 앉아있다. 빈 깡통과 "앞을 볼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쓴 골판지를 앞에 놓고서.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지만 정작 돈을 넣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던 중 한 여성이 골판지를 들어 뒷면에 뭔가를 써놓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이후부터 땡그랑 소리와 함께 깡통에 돈이 쌓이기 시작한다. 골판지에 새로 쓰인 글귀가 클로즈업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을 나는 볼 수가 없다"고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움직였다. 이것이 감정을 건드린 커뮤니케이션의 힘이다.

이처럼 책에는 7가지 본능과 그에 맞는 다양한 광고 사례를 담아냈다. 풍부한 사례들을 보며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본능을 가진 사람들 간의 소통에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본능대로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함께한다. 그래서 진정한 소통이란 상대방 입장에서 말을 잘 하고, 잘 들을 수 있어야 하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결국 상대 생각의 본능은 배려하고 내 생각의 본능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상대방의 게으르고 싶어 하는 본능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거스르지 않을 때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오프너를 쥘 수 있다. 268쪽, 1만7천원.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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