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세력 차이는 있으나 야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로 재판 중이거나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탄압받는 정치인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두 사람 모두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논란 끝에 복권(復權)됐다. 그가 '광복절 사면(赦免)·복권 대상'에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정치권 반응이 엇갈렸다. 친명은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를 흔들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략적 복권 아니냐'며 떨떠름한 반응이었고, 비명은 '친문계의 구심점(求心點)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피선거권(被選擧權)을 회복했지만 김경수가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교란(攪亂)한 자가, 선거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받겠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비상식적인 일이 민주당과 그 지지층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재명이 야권의 하트랜드(Heartland·심장부)를 꿰차고 앉아 일극이 되는 마당에 교도소 좀 다녀온 김경수가 변방(Rimland)에서 구심점 명패 하나 걸치는 게 야당 지지자들에게 대수겠는가.
김경수가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민주당이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나무로 치자면 이재명은 스스로 서 있지 못하는 나무다. 그럼에도 서 있는 것은 온갖 보조 지주(각종 방탄과 대선 패배 후 곧바로 국회의원 출마, 당 대표 연임, 물샐틈없는 친명 체제 구축, 기소 시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변경 등)로 줄기와 가지를 받치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층 입장에서 본다면 온갖 보조장치를 달고 있는 이재명이 대회전(大會戰)에 출전한다는데, 골절상 한 번 입은 김경수가 못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준마(駿馬)들이 차고 넘치는 야권에서 이재명과 김경수가 강력한 대권 주자라는 사실은 민주당에 망조(亡兆)가 들었다는 말인 동시에 우리나라에도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민주당 열렬 지지층이 '준마'보다 '목발'이 더 좋다는데.
댓글 많은 뉴스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
판사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 "원칙은 무조건 불구속 수사…강제 수사 당장 접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