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불법 사금융(私金融)에 내몰리는 까닭은 절박함 때문이다. 얼마 전 5천%에 달하는 살인적 이자를 받아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불법 사금융 범죄단체 '강실장 조직'이 5천749회에 걸쳐 15억여원을 뜯어낸 것도 이런 절박함을 볼모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빌려간 사람에겐 갚은 돈도 다시 갚으라고 독촉했다. 가족이나 지인까지 수백 차례 협박성 문자와 전화를 받게 되면 당사자는 사리분별(事理分別)조차 힘들어진다. 강실장 조직은 이를 악용해 원금의 7~50배까지 받아냈다.
올 들어 5월까지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최근 5년 새 최다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만 6천232건으로 2020년에 비해 2배다. 고금리·고물가로 삶이 팍팍해진 데다 제도권 금융뿐 아니라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줄여서다.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을 수밖에 없다. 사금융 피해 중에서 특히 불법 추심(推尋) 관련 신고가 2020년 1~5월 270건에서 올해 1천60건으로 급증한 것도 이런 이유다.
금융당국이 오는 10월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채무자보호법 후속 조치를 15일 내놨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추심 횟수를 7일에 7회로 제한하는 추심총량제를 준수(遵守)하겠다는 내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제도권 금융사의 추심을 제한하면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아직 없다. 제도권 금융을 단속할수록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더 내몰리는 상황이 빚어질 텐데, 이에 대한 법적 보호책이 보이지 않는다. 법정금리를 초과한 불법 사금융과의 이자 계약을 무효화하는 등의 법제화가 22대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부업(貸付業) 진출 문턱을 높이고, 피해자에 대한 민·형사상 지원도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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