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진격이냐, 후퇴냐

젤렌스키 측근 "이번 공격, 공정한 협상 시작 위한 것"
전문가 "고정된 진지 구축보다는 기습해 허 찌르는 전투작전이 유리"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근처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국경에 설치된 철조망에 꽃 한송이가 피어 있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근처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국경에 설치된 철조망에 꽃 한송이가 피어 있다. 연합뉴스

'진격이냐, 후퇴냐'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에 성공을 거둔 우크라이나가 향후 선택할 작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스크바를 향해 더욱 진격할 가능성도 있지만 보급로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면 전격 후퇴할 여지도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계속 진격"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쿠르스크 진격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자군의 공격은 러시아에 '상당한 전술적 패배'를 가함으로써 러시아가 공정한 협상에 임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공정한 협상 과정을 시작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군사적 도구가 목적에 맞춰 어떻게 사용되는지 분명히 보고 있다"고 썼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포진한 러시아 병력을 분산하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러시아 본토에 새로운 전선을 구축해 다른 전선에서 러시아군 공격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러시아가 도네츠크 지역 등 최전선의 병력 재배치 문제 등을 놓고 작전상 딜레마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교전 12일째인 17일(현지시간) 자국군이 계속 진격하며 진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설에서 "작전이 정확히 우리가 예측한 대로 전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본토 기습 이래 35㎞ 진격해 서울 면적의 2배 가까운 1천150㎢에서 82개 마을을 장악했다고 15일 주장했다. 전날도 1∼3㎞를 더 진격했다고 했으나 이날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푸틴, 강경 대응 예고

우크라이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느냐"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진격으로 기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력이 취약해진 것으로도 평가된다.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해 그동안 최전선을 지켜온 숙련된 우크라이나군 일부가 쿠르스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여러 차례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17일 코레네보, 루스코예, 체스카스코예 포레크노예 등 쿠르스크 지역의 몇몇 마을로 진격해오던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저지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는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러시아는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에서 65 기계화여단을 비롯한 우크라이나군 3개 여단을 타격해 병력 손실 75명, 차량 4대 및 곡사포 3문 파괴 등의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선택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서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러시아를 향해 진군할 수도, 차지한 영토를 계속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혹은 지금까지의 공격으로 러시아의 '무적' 이미지를 허물었다고 보고 물러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일단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영토를 계속 지키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양방향으로 대피 통로를 내기로 한 데 이어 주민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점령지에 군 지휘통제소를 열었다고 밝혔다.

다만 전차 진입을 막기 위한 도랑이나 대전차 피라미드 장애물인 '용의 이빨'(용치) 조성 등 방어선 구축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러시아의 병력이 우위에 있는 탓에 전차 대 전차, 군인 대 군인으로 싸우는 방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규모 부대를 이용해 러시아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해 자국 무기를 사용하도록 일부 허락한 미국이 허용 범위를 더 확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방어 목적에 한해 일정 사거리 내에서만 우크라이나가 자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려면 파트너들의 적절한 허가가 필요하다"며 "그것은 이 전쟁의 정당한 종식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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