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환수 프로의 골프미학] <27> 불황의 징조 “이쯤 되면 골프는 사치”

각종 골프모임 "한두 사람 빠지면서, 해체 분위기"
골프업계도 아우성 "이제 부킹 전쟁은 옛말"
연습장과 스크린마저 이용료 할인에 들어가

전국의 골프장들이 내장객 모시기에 돌입했다. 실물경기 악화로 인해, 다시금 골프가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강원도의 한 골프장 풍경. 매일신문DB
전국의 골프장들이 내장객 모시기에 돌입했다. 실물경기 악화로 인해, 다시금 골프가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강원도의 한 골프장 풍경. 매일신문DB

경기불황의 여파가 골프업계에도 들이닥쳐, 시장 곳곳에 균열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골프연습장과 골프장의 내방고객이 한더위의 열기와 맞물려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관계 업주들은 돈벌이가 되지 않아, 숨쉬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우스개 소리로 경기불황이 덮치면, 가장 먼저 징조를 나타내는 영역이 골프모임이라고 한다. 한두 사람 빠지며, 모임 자체가 해체될 때 경기조짐을 파악한다는 진단이다. 건설경기 침체는 이런 불황의 분위기에 휘발성을 끼얹는 열화작용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영업자들에게 덮친 실물경기 하락은 골프 수요 감소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골프업계도 아우성이다. 최근 각 골프장의 온라인 예약 공간은 넘쳐나는 빈 시간으로 가득하다. 골프장마다 이벤트 경쟁은 그린피의 뒤늦은 할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 입장에선 아직도 파격 할인마저 부담이 되는 듯 부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연습장도 마찬가지 현상을 겪고 있다. '가성비' 뜻은 대략 그 비용 만큼의 합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가성비가 안 나온다'는 의미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잠정적 불만을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골프 산업 전반에
골프 산업 전반에 '불황'이라는 벙커에 빠져있다. 성공적인 탈출에 대한 기대감마저 희미한 현실이다. 연합뉴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과 겨울의 그린피의 대폭 할인이 그것이다. 성수기를 봄과 가을로 여기는 골프장과 이와 반대인 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는 변화하는 골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경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들어 스크린골프장의 이용료가 내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시장 포화상태에 접어든 스크린골프는 필경 이용료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올해 들어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실내나 야외연습장까지 여파가 미쳐, 이용료의 할인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또 경기침체로 프로들의 레슨비마저 제 값을 제시하지 못하고, 고객 끌어안기에 돌입했다.

골프용품도 예외는 아니다. 용품업체 대표들은 코로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매출에 전업마저 고민하고 있다. 아울렛이나 골프 의류업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올 여름 푹푹 찌는 폭염은 아마추어 골퍼들의 움직임을 극도로 움츠리게 만들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은 아예 더위를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린 것도 국내 골프업계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필자의 경우, 레슨과 스크린을 병행하며 여름이면 시원한 냉방시설 아래에서 북적이던 매장은 예년에 비해 턱없이 한산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물론 여타 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찌는 더위가 몰고온 불경기는 비단 더위로만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골프업계의 불황조짐은 조만간 필드 그린피, 연습장 사용료, 스크린골프 이용료, 골프업계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시지에서 골프 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섭(65) 대표는 "우선 골프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뚝 그친 상황"이라며 "이같은 현상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많은 수의 골프장과 스크린 등 골프산업 전반에 암울한 미래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코로나 시즌의 골프 열풍은 앞으로 절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해 볼 시점이다. 골프 관련 운영 주체들은 정상적인 레저스포츠의 비용 축소를 각오해야 하며, 골프업계를 향해 소리치는 골퍼마니아들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골프 칼럼니스트(황환수 골프 아카데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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