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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악취 민원, 비 오는 날‧야간에 더 잦은 이유 뭘까?

서구 주민들 "특정 조건에서 악취 유독 심해"
감시 단속 어려운 시간대‧기상 조건에 집중 배출 의심도
전문가 "기상 조건별 특성 따른 결과일 가능성 크다"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일대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일대 모습. 매일신문DB

평리뉴타운 등 대구 서구 지역 악취 민원이 비오는 날, 야간 등 특정 조건에서 더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악취유발 사업장에서의 의도적인 배출을 의심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배출양이 동일하더라도 시간대나 기상조건에 따라 체감하는 악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구청에 따르면 구청에는 '유독 밤과 새벽, 비오는 날에 악취가 심하다'는 취지의 주민들의 민원이 반복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서구 주민 신모 씨는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잠을 자야 하는데 새벽마다 화학 약품 냄새가 나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비슷한 시간대에 계속 악취가 난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민원이 누적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악취 유발 사업장에서 의도적으로 감시‧단속이 어려운 시간대나 기상 조건을 틈타 악취유발물질을 배출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는 실정이다.

서구청 측은 이 같은 주민들의 의심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구청 관계자는 "관련 조사 결과 실제 배출량에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기상 조건에 따라 악취의 밀집‧확산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기상학자 역시 서구청 설명에 일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악취 유발 물질 배출량을 기상 조건에 따라 조절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는 있겠지만, 배출량이 동일해도 기상 조건에 따라 주민들이 느끼는 악취 정도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통 비가 오는 날은 저기압 상태에서 바람이 약하고, 중심부에서 상승기류가 발생해 주변의 공기들이 몰려들면서 악취의 밀집도를 높일 수 있다"며 "볕이 없는 야간이나 새벽에는 대기가 안정화되면서 지상에서 발생한 악취 유발 물질들이 확산될 여지가 줄어든다. 이것이 주민들로 하여금 악취가 심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상 조건과 마찬가지로, 계절적 요인 또한 악취 피해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구의 악취 피해는 가을과 겨울에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리뉴타운 등 주요 주거지역 북서쪽에 대부분의 악취유발시설이 산재한 탓에, 북서풍이 많이 부는 가을‧겨울철에 악취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구 염색산업단지 일대가 악취관리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염색산단이 위치한 비산동·평리동·이현동 일원에 대해 매년 악취실태조사가 실시된다. 서구 염색산업단지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염색산업단지 일대가 악취관리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염색산단이 위치한 비산동·평리동·이현동 일원에 대해 매년 악취실태조사가 실시된다. 서구 염색산업단지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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