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리스, 트럼프 모두 주목하는 경합주에 무슨 일이?

경합주, 미국 대선 승부 결정 짓는 핵심 지역
해리스 약진하며 기세 올려, 트럼프 포기 않아

미국 50개주
미국 50개주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경합주(Swing States) 표심이 최대 관심으로 떠올랐다. 경합주는 수시로 표심이 바뀌는 까닭에 어느 후보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대 경합주는 러스트 벨트(Rust Belt·5대호 인근 쇠락한 공업지역) 중에서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하는 지지율에 따라 후보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최근 해리스가 약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민주당이 상당히 고무된 상태다.

선벨트(Sun Belt)로 불리는 남부의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도 경합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러스트 벨트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 주류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총 538명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당선된다. 선거인단은 전국 주별 인구에 비례해 할당돼 있다. 전국 50개 주 가운데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19명), 위스콘신(10명), 미시간(15명) 지역에서 총력을 쏟고 있다. 애초 이들 지역은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이들 세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경합주로 바뀌었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현재까지는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나 뒤처진 상황이어서 통계학적으로는 누가 앞섰다고 말하기 어렵다. 러스트 벨트에서는 펜실베이니아가 선거인단이 많아 승부처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

최고 경합주 중 한 곳이다. 1992년 이후 8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이 7차례 이겼다. 공화당은 2016년 대선에서 단 한 차례 이겼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권을 거머쥐었다. 최종 득표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 48.18%, 힐러리 전 국무장관 47.46%.

유권자의 80%가량이 백인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백인들의 반(反) 이민 정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20년 당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승리하면서 전통적 텃밭임을 확인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도 펜실베이니아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3주간 민주당과 공화당이 펜실베이니아에 광고를 가장 많이 쏟아부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광고 분석 회사 애드임팩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사퇴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해리스 부통령 측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펜실베이니아에 쓴 선거 광고비를 합치면 4천200만달러(약 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경합주 전체 광고비의 38%에 이른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2천120만달러(약 288억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2천90만달러(약 284억원)를 각각 펜실베이니아 광고에 쓴 것으로 집계됐다.

양측이 경합주 중에서도 펜실베이니아에 가장 많은 광고를 집행한 이유는 이곳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최대 승부처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의 광고 주제와 전략도 달랐다.

해리스 캠프는 유권자에게 해리스 부통령을 소개하거나 그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책적으로는 건강보험개혁법(ACA), 여성의 재생산권 지지 등에 관한 내용을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됐다. 정책 면에서는 이민과 범죄 문제에 집중했다.

◆위스콘신

2000년 대선 이후 최고의 경합주로 평가받는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6번의 대통령 선거 중에서 5번이나 경합주로 꼽혔다. 2000년, 2004년, 2016년, 2020년의 경우 4번이나 '0%대'의 차이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초박빙 선거 결과를 보였다.

1988년 이후 공화당의 위스콘신 성적표는 1승8패로 초라하다. 유일한 승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상대로 거둔 2016년 선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22% 득표율로 클린턴 전 장관(46.45%)을 0.77%p 차이로 눌렀다. 러스트 벨트의 트럼프 바람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스콘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위스콘신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재분류됐다.

하지만 4년 후인 2020년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쳤다. 득표율 차이는 불과 0.63%p였다.

공화당이 지난달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 같은 초박빙 경합주라는 게 고려됐다.

위스콘신의 최대도시는 밀워키다. 인구는 590만명에 이른다. 백인이 90%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제1의 낙농 지역이며 우유, 치즈, 버터 등의 생산도 미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다.

◆미시간

1992년 이후 8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이 7차례 이겼다.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앨 고어 후보를 상대로 5.13%p, 2004년 존 캐리 후보에게 3.42%p 격차로 패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존 매케인 후보를 상대로 13.91%p, 2012년 밋 롬니 후보에게 9.5%p 격차로 이겼다. 이른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일격을 당했다. 민주당의 러스트 벨트 지역 홀대에 대한 유권자들의 배신감과 장기간의 지역 경기 침체로 인해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

그 결과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대거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면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격차는 불과 0.22%였다.

절치부심하던 민주당은 곧바로 지지세를 찾아오기는 했다. 201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 불이행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다시금 민주당 지지로 선회했다. 당시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9.5%p 격차로 압승했다.

이런 흐름은 2020년 대선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50.62%를 얻어 공화당 트럼프 후보(47.84%)를 이겼다. 표 차이는 약 15만표였다.

5대호 연안에 위치해 있고, 주도(州都)는 랜싱이다. 최대 도시이며 한때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던 디트로이트 일대에는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3대 자동차 회사의 본사공장이 모두 모여 있다. 인구는 1천여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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