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창문 내리고 연신 '킁킁' 서구청 야간악취순찰 동행취재

서구청 생활환경과 대기개선팀 주3회 실시
염색산단 들어서니 '텐터' 냄새 물씬
약 두 시간 동안 악취 발생지역 모두 살펴
"악취 근원 정확히 찾거나 제재하기는 어려운 실정"
이동형측정장치 달린 차량 도입, 실효성 높일 듯  

이날 서구청 대기개선팀 악취순찰 경로 상에 위치한 염색산단 내의 한 공장. 서구청 직원들은 이날 순찰에서 염색산단의 악취 발생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남정운 기자
이날 서구청 대기개선팀 악취순찰 경로 상에 위치한 염색산단 내의 한 공장. 서구청 직원들은 이날 순찰에서 염색산단의 악취 발생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남정운 기자

"여기부턴 냄새 확 나죠?", "네, 텐터 냄새(섬유 다림질 작업 시 발생하는 특유의 악취) 체크 하겠습니다."

지난 7일 밤 서구청 관용차 한 대가 서구 산업단지와 주거지 일대를 달렸다. 차에 탄 구청 직원들은 열대야도 잊은 듯 창문을 모두 열고, 수시로 숨을 들이쉬며 창밖의 냄새를 계속 확인했다. '킁킁' 소리가 반복되는 차 안에서 직원들은 악취를 감지할 때마다 어떤 냄새인지, 얼마나 심한지 등을 짧게 의논했다.

이날 서구청 생활환경과 대기개선팀원들은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정기 야간악취순찰을 진행했다. 밤중 비 예보가 있어 평소보다 30분쯤 일찍 시작하고 마친 것. 순찰 도중에 비가 오는 등 기상 상황이 급변하면 악취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져 가급적 피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날은 풍속이 강하진 않았지만, 악취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는 북서풍‧서풍이 불어 유의미한 순찰이 가능한 날이었다. 서구청에 따르면 정기 순찰은 일주일에 3회씩 진행하며, 민원이 급증할 경우 야간이나 새벽에 특별 순찰을 추가로 실시한다.

서구청에서 출발한 차량은 평리뉴타운 7단지를 지나 6단지로 향했다. 이들은 악취 민원이 잦다는 6단지와 한국폴리텍6대학 대구캠퍼스 사이의 냄새를 잠시 파악한 다음, 이현초등학교와 6단지 정문 사이에 다시 정차해 악취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차량에서 내려 확인해본 결과 바람이 살짝 불었지만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한 직원에게 지표면 악취 상태만 확인하는 건지 묻자 "실질적인 확인을 위해서 종종 아파트 고층부 비상계단쪽 창문을 통해 위쪽 상태도 확인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악취순찰 중 지나간 대구염색산단 내부. 길 양쪽으로 섬유자재가 쌓여 있었다. 남정운 기자
악취순찰 중 지나간 대구염색산단 내부. 길 양쪽으로 섬유자재가 쌓여 있었다. 남정운 기자

차량이 서대구로 지하차도를 지나 대구서부소방서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시큼한 약품 냄새, 일명 '텐터' 냄새가 풍겼다. 텐터는 섬유의 뒤틀림이나 변형을 막고자 고온으로 건조해 형태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가공단계로, 여기 쓰이는 약품이 악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직원들은 달서천을 따라 서행하며 문제의 악취 발생 지역과 강도를 기록했다.

곧이어 염색산단 내부로 진입하자, 텐터 냄새가 한층 짙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약한 정도라'는 평이 이어졌다. 최근 염색산단의 야간 조업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데다, 염색산단이 지난 6일까지 단체 휴무를 진행했던 터라 이날까지 자체적으로 조업을 쉬는 공장도 많았던 영향이다.

차량은 산단의 골목 골목을 일일이 돌았고, 직원들은 특정 업체들의 조업 여부와 악취 발생 정도 등을 꼼꼼히 살폈다. 이날 산단 내부에서는 텐타 냄새 이외에도 약간의 탄내와 페인트 냄새가 감지됐다. 염색산단 내부에 위치한 공동1폐수처리장 근처에서는 폐수냄새가 났다.

이후 직원들은 방천리 쓰레기 매립장(달성군 환경자원사업소), 상리음식물류폐기처리시설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들은 주거단지로의 영향을 가늠하고자 시설과 제법 떨어진 곳부터 악취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시설에 도착해서는 폐기물 운송 차량 출입구 등이 제대로 닫혀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이날은 쓰레기 특유의 악취도 시설 근처에서만 날뿐, 더 퍼지진 않았다. 순찰은 서대구역과 인근 아파트단지 두곳을 돌고 마무리됐다.

사람의 감각기관에 의존하는 현재 방식의 순찰의 실효성은 구청 직원들에게도 고민거리다.

예컨대 순찰 과정에서 심각한 악취를 확인하더라도, 악취대책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뿐 정확한 근원을 찾거나 단속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주민분들이 민원을 넣을 당시 바라는 것도 즉각적인 해결일 텐데, 우리 입장에서도 도움을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서구청은 악취순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이동형 악취 측정 장치가 설치된 차량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순찰 중 더욱 체계적인 분석과 민원 해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차량은 담당 직원들의 사용 교육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순찰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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