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아직도 일제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어느 때보다 부끄러운 광복절이었다. 국민 모두가 서로 껴안으며 가장 기뻐해야 할 날에 정치인 일부는 국민 이간질에 바빴다. 대한민국 나이가 팔순에 가까운데, 철부지 편 갈라 싸우듯 생일 잔치에 난장을 펼쳤다. 일회성 사고가 아니다. 후폭풍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순국선열께 죄스럽고,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아직도 소아병적 미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 것일까? '붕당(정당)정치'를 '당파 싸움'이라 폄하했던 일제 35년의 세뇌가 지금까지 작동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유시참변'의 볼셰비키 공산당처럼 일부 세력이 불순한 목적으로 국론을 쪼개 대한민국을 궤멸시키려 하는 것인가? 어떤 경우라도 일제 전범과 매국노들이 무덤에서 웃을 일이다.

광복회는 홈페이지에 "광복회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건립의 근간이 된 독립운동 정신의 총본산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어떤 정체성이기에 나라의 분열도 불사한단 말인가? 그 정체성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는 '독립운동 정신'이 무장 독립투쟁의 명맥을 끊어 놓은 '자유시참변'에서 보인 분열과 반목인가? 물론 이견을 말할 수는 있고 비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극단적 분열'은 절대 피했어야 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헌법이 보증하는 대통령과 별도로 행사를 개최하고 '정치인 참여를 거부한다'고 하더니 야당 정치인들로만 가득한 행사장을 만들었다. 수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맞이한 광복인데, 일부의 편협한 정치인 지도부가 그 취지와 목적을 훼손시키고 있다.

광복회가 밝혔다는 '뉴라이트 판독법'도 가관이다. 첫 번째가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 칭하는 경우란다. 이승만은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정부에서뿐 아니라 상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가 건국 대통령인 것은 어떤 경우에도 맞는데, 왜 그런 주장이 비난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두 번째는 1948년을 '건국절'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뉴라이트란다. 이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주장도 아닌데 왜 인민재판하듯이 악마화한단 말인가. 이후의 감별법도 그 편협함에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다.

이 논란의 근저에는 '건국절'이냐 '광복절'이냐 하는 이견이 있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분명히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임시정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사전은 "헌법 전문은 헌법의 서문으로서 헌법의 제정 목적, 제정 과정, 국가적 질서 형성에 관한 지도 이념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형식상 단순한 공포문이나 선언문이 아닌 헌법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전문 자체가 헌법이란 뜻이다. 본문에 배치하지 않은 것은 형식상이나 요건상 본문에 맞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건국'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임시정부는 이념과 법통상으로는 대한민국이지만 주권, 국민, 영토 등 국가의 필수 구성 요소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건국에 이르지 못한 것뿐이다. 그 완성이 1948년 정부 수립이고 이를 '건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비상식적인 반역 행위라 할 수는 없다. 이런 주장을 '친일'과 연계하며 비난하는 것은 무지몽매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국가 성립의 대전제는 '사회 통합'이다. 안타깝게도 사회 통합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광복회가 국론 분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광복의 의미를 선양하고 대한민국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 미래지향적인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광복회가 국민 통합이 아니고 '편가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그 존재 이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광복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냉정하게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

1921년 '자유시참변'을 다시 상기한다. 일제의 요구로 소련 볼셰비키 공산군이 우리 독립군을 궤멸시킨 사건이다. 만약 독립군이 광복군까지 이어졌다면, 우리는 당당한 승전국이 됐을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독립군 내의 분열이 빌미를 줬다. 지금 우리 정치권과 광복회가 그런 빌미를 주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다음 주 8월 29일은 경술국치 114주년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