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이 산업도시라구요? 문화와 역사가 가득한 도시죠’

박승대 경북도문화원연합회장 인터뷰
"기초체력인 문화가 융성해야 지역 전체가 발전"

박승대 경북도문화원연합회장은
박승대 경북도문화원연합회장은 "문화란 사회를 뒷받침하는 기초체력"이라고 말한다. 신동우 기자

"전통문화는 우리들 나이 많은 세대가 사라질수록 점점 잊혀지겠죠. 소중한 문화가 이어질수 있도록, 그 돌다리에 돌맹이를 더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박승대 경북도문화원 연합회장(70)의 경력을 살펴보면 당장 '문화'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어렵다.

1954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중앙대학교 경영학,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1978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이후 27년 6개월간 근무한 포스코를 퇴임한 후에도 ㈜대운(포스코 협력사)를 창립한 뼛속까지 '철강맨'이다.

그런 그가 문화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도 포스코 때문이었다. 37살 포스코 지역협력팀을 맡으며 각종 문화 행사를 지원하게 된 것이 시작이다.

"옛날에는 포스코가 지원하는 쇳물백일장이 포항지역 최대 문화행사 중 하나였어요. 그런 크고 작은 행사를 검토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문인, 음악인 등 여러 문화인들과 교류를 갖게 됐죠"

문화계와의 교류를 통해 박 회장은 "문화가 가진 힘을 서서히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동대해문화연구소 이사장,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2006년 포항문화원에 정식 입회했다.

2015년에 포항문화원 부원장을 거쳐 전임 포항문화원장의 유고로 치러진 보궐선거 및 제10대·11대 문화원장 선거에 당선돼 현재까지 포항문화원장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024년 경북도문화원연합회 임시총회'에서 제20대 회장에 선출되며 3년간 경북지역 문화계 발전의 책임을 지게 됐다.

"대단한 문화적 업적을 세우기 보다 기업인으로의 장점을 살려 우리를 둘러싼 문화가 쉼없이 흘러가는 구조를 갖추고 싶다"는 것이 박 회장의 포부이다.

박 회장은 자신의 작업을 건축에 비유한다. "지역에 산재한 문화를 하나하나 쌓아올리다보면 어느새 우뚝 솟은 문화탑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경북하면 공장을 떠올리거나 재미없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왜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그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박 회장은 현재 각종 문화행사와 평생학습 외에도 전통문화를 기록해 후세에 남기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역에 내려오는 설화를 녹음하고,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역사와 전쟁의 기억, 민요, 사투리 등을 문서로 남기는 일들이다.

매해 하나의 주제를 정해 책을 발간하고, 관련 학술포럼 등을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금 돌아보면 우리가 어릴적 듣던 노래와 동화들이 세대가 거듭날수록 사라지고 있다. 입시와 취직 등 오직 미래를 위해 경쟁을 강요받는 현 시대의 문제"라며 "문화란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것을 제대로 살려 소중히 다듬는 작업이다. 그 기초를 다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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