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살얼음판 같은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확전은 자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소규모 충돌은 숙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 휴전 협상 불씨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여건은 밝지 않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지도자들이 지금 싸움을 계속하는 게 더 얻을 게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동서분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작년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후 9번째 방문이다. 지난 15,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 카타르가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끝낸 지 이틀 만이다. 중동 지역 확전을 막고 휴전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 행보로 해석된다.
도하 협상은 이스라엘의 미온적 태도와 하마스의 불참 속에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미국 등 중재국들은 이견을 좁히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번 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후속 협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11개월째에 접어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 이를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건 결정적 순간"이라며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휴전을 성사시키며 모두가 항구적 평화와 안보를 위한 더 나은 길로 나아가도록 할 최선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가자 휴전 협상이 '엔드게임(최종단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집트, 카타르 지도자들이 통화했다고 전하고 "지난 몇 달간 진행됐던 절차들이 이제 최종단계에 이르렀다는 데 세 지도자 간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종전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정세 안정을 위해 퇴임 전에 해결할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안이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은 19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헤르조그 대통령 등 이스라엘 주요 인사들을 만난 뒤 20일 이집트로 이동해 중동 순방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마스, 헤즈볼라 "협상안 거부"
이란은 휴전 협상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악시오스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은 카타르, 이집트 등 이번 휴전협상에 참여하는 아랍권 중재국들과 접촉하며 협상에 물밑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가자지구 휴전을 통한 중동의 안정을 원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간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 달리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도하 협상 중재안을 거부했다. 하마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더 많은 조건을 추가해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새 정치지도자로 휴전 협상을 이끌게 된 신와르는 그동안 가자지구 지도자로 대이스라엘 무력 저항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상대적으로 실용주의자였던 하니예와 다르다.
가디언은 "신와르는 협상에서 하마스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며 그가 가자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키워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와르는 또 가자 지역에 하마스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새 전투원도 모집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헤즈볼라의 2인자 나임 카셈은 지난 15일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은 가자 전쟁과 '완전히 별개'로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휴전이 성사된다면 이스라엘을 향한 다른 군사 작전은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완강한 반대
이스라엘도 협상안에 반발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8일 내각 회의에서 협상이 "매우 복잡하다"며 "우리는 주고받는 협상을 하는 것인지, 주기만 하는 협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완강한 태도를 고수했다.
네타냐후 총리 개인으로선 협상에 급하지 않다. 부패 혐의로 실각했다가 극우파와의 연정으로 권좌에 복귀한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강경한 극우파에 정치적 생존을 의존하고 있다.
이스라엘 여론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 개인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낮지만, 그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지지율은 최근 몇 주간 반등했다. 이스라엘이 10·7 기습공격을 주도한 야히야 신와르를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인기는 올라갈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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