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도사고 최근 5년간 259건…안전경영 약속 ‘궤도 이탈’

탈선, 5년 사이 5→20건 증가…피해액도 5.7배 늘어 눈덩이
사망사고 포함해 한달새 2건…경영평가 2년 연속 경고 부담
일각선 '철산법 개정' 목소리…"유지보수 업무 독점 폐지를"

18일 경산시 진량읍 인근 경부고속선 철도에서 동대구~신경주 구간을 운행 중이던 KTX가 궤도 이탈해 코레일 관계자들이 긴급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8분 쯤 승객 384명을 태우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가 운행 중 이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구 수성구 고모역 인근에서 정차했다. 이 사고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8일 경산시 진량읍 인근 경부고속선 철도에서 동대구~신경주 구간을 운행 중이던 KTX가 궤도 이탈해 코레일 관계자들이 긴급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8분 쯤 승객 384명을 태우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가 운행 중 이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구 수성구 고모역 인근에서 정차했다. 이 사고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KTX 탈선 사고로 열차가 줄줄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폭염에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구로역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이 같은 철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사장이 취임 후 그토록 강조해온 '안전경영'이 공염불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툭하면 철도사고…연평균 50건 넘어

18일 오후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대구 고모역 인근에서 바퀴가 빠져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났다. 승객 384명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열차 지연이 잇따르며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운행 편에 따라 상행선 기준 최소 20분에서 최대 229분까지 지연된 것. 동대구에서 부산 하행 구간도 최대 150여 분 늦어졌다. 일부 열차에는 입석으로라도 타려는 시민이 몰리면서 열차 내부 화장실 안까지 승객이 있을 정도로 붐빈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동대구역 승강장 등에도 큰 혼잡이 빚어졌다.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으로 역 내 의자는 빈자리가 없이 빼곡했고, 승차권 변경·환불 대기 줄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일부 시민은 앉을 곳이 없어 역내 바닥에 앉았다. 역 앞 인도에는 코레일 측이 지원하는 45인승 대체 버스에 탑승하려는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같은 날 오후 10시 50분쯤 서울역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졌다. 탈선 사고 여파로 지연 운행된 열차를 타고 온 승객이 줄지어 이동하느라 '출근시간 환승 지하철역'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도 열차 지연 안내에 따라 많은 승객이 제때 출발을 못한 채 혼란을 겪는 모습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18일 동대구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18일 동대구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코레일의 철도사고는 지난해 47건, 2022년 66건, 2021년 48건, 2020년 40건, 2019년 58건 등 최근 5년간 모두 259건 발생했다. 연평균 50건이 넘는 철도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이번 동대구~경주 간 KTX 사고와 같은 탈선 사고 횟수는 2019년 5건에서 2021년 9건, 지난해 20건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탈선 사고가 늘면서 피해 금액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 열차 탈선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2019년 5억5천350만원에서 2022년 32억695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특히 2022년 1월 일어난 경부선 KTX 산천 열차 탈선사고는 약 22억원의 물적 피해와 영업 피해를 남겼다. 또 같은 해 11월 발생한 경부선 무궁화호 탈선사고는 약 17억원의 영업 피해뿐만 아니라 승객 12명이 다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탈선으로 인한 열차 지연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60분 이상 늦어진 열차는 564회에 달했고, 지연 배상 금액은 46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1년 대비 약 5.7배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18일 동대구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18일 동대구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빛바랜 안전경영…철산법 개정 재논의 할까?

지난달 24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취임식부터 '안전 최우선의 전방위 혁신'을 강조했다. 지난 연말에는 경기도 고양 KTX 차량기지에서 탈선 대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도를 강조했다. 그리고 안전관리에서 거둔 성과를 토대로 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코레일은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다시금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 사장은 2023년도 경영평가에서 사망사고 발생 관련 경고조치를 받은 상태다. 그런데 이달 들어 인명사고와 함께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탈선 사고까지 발생, 2년 연속 경고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18일 동대구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KTX 열차 궤도 이탈 여파로 18일 동대구역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이번 사고로 철도산업발전법(이하 철산법) 개정 논의가 재점화될지도 관심을 끈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바퀴 축의 발열과 손상으로 인한 궤도 이탈로 추정되나, 과거 철도사고가 빚어질 때면 "철도 안전 강화를 위해 철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철산법 개정은 현재 코레일이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독점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게 골자다. 코레일의 업무 독점 보장으로 철도의 안전성과 유지보수 효율성 모두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2022년 12월 조응천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국토부가 코레일,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발주한 '철도 안전체계 개선 용역'에서도 "유지보수와 관제는 코레일로, 건설과 개량은 국가철도공단으로 위탁한 시설관리의 파편화가 철도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철도시설 유지보수 독점 조항은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도출됐다.

하지만 개정안은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못한 채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자동 폐기됐다. 이해 당사자인 코레일과 철도노조, 철도공단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현재 택시법 등 교통 관련 선행 이슈가 있어 철산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대두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의 '철도안전혁신방안'에 장기적 추진 방향으로 코레일 독점 폐지가 담겼다. 게다가 일부 국토위원이 지난달 업무보고를 앞두고 개별적으로 철산법 관련 질의를 했던 만큼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경산시 진량읍 인근 경부고속선 철도에서 동대구~신경주 구간을 운행 중이던 KTX가 궤도 이탈해 코레일 관계자들이 긴급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8분 쯤 승객 384명을 태우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가 운행 중 이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구 수성구 고모역 인근에서 정차했다. 이 사고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8일 경산시 진량읍 인근 경부고속선 철도에서 동대구~신경주 구간을 운행 중이던 KTX가 궤도 이탈해 코레일 관계자들이 긴급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8분 쯤 승객 384명을 태우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가 운행 중 이상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구 수성구 고모역 인근에서 정차했다. 이 사고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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