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평생 가족 뒷바라지한 뒤 찾아온 유방암…치매에 낙상사고까지

아들 위해 몸 추스리고 다시 장사…코로나 덮쳐 파산
곰팡이가 가득한 덥고 습한 집에서 온종일 누워 지내

낙상사고로 허리를 다친 이후 곰팡이 핀 집에서 누워서 생활하는 고필선(75·가명) 씨 모습. 김지효 기자
낙상사고로 허리를 다친 이후 곰팡이 핀 집에서 누워서 생활하는 고필선(75·가명) 씨 모습. 김지효 기자

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른 해를 살아온 고필선(75·가명) 씨는 출가 이후에도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난봉꾼이었던 남편을 대신해 쉴 틈 없이 일해도 가난은 언제나 필선 씨를 따라다녔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자식도 독립한 이후 처음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지만, 치매와 갑작스러운 낙상사고라는 불청객으로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된 필선 씨. 곰팡이가 가득한 덥고 습한 집에서 종일 누워 지내다 보면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던져진 것 같아 외롭고 무섭다.

◆가난한 시골에서 가족들 뒷바라지만

필선 씨는 경북 구미의 가난한 집에서 오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빼빼 마른 팔다리로 농사일을 돕느라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밭일과 산에서 나무하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한 달씩의 결석은 예삿일이었기 때문이다. 없는 형편에 중학교 원서를 내고 싶었지만, 어머니와 오빠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대신 농사를 짓고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동생들 반찬을 해다 먹였고 학교를 보냈다.

서른 살이 훌쩍 넘은 필선 씨는 어머니 강요로 서울에서 온 남자와 결혼했다. 번듯한 직장도 없었고 알코올 중독자였던 남편은 집안 살림에는 관심이 없었고, 벌어온 돈마저 술에다 탕진했다. 필선 씨는 먹고살기 위해 서문시장에서 공예점을 차리고 액세서리류를 팔았다. 한 차례 임신과 유산을 겪은 필선 씨에게 결혼 10년 차에 생긴 아들은 악착같이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그러다 아들이 초등학생이 됐을 때, 보증금 500만 원으로 차린 식육식당 장사가 잘되며 필선 씨의 황금기가 찾아왔다. 옷 하나를 계속 기워 입던 생활에서 벗어났고, 번듯한 집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일 때, 필선 씨가 유방암에 걸렸다. 전이를 막으려 왼쪽 유방을 절제하고 신경을 잘라내자 일에 지장이 찾아왔다. 왼손에 힘을 주면 손이 퉁퉁 부어올라 피를 빼러 병원에 가야 할 정도였다. 필선 씨는 잘 되던 식당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몸을 추스른 필선 씨는 분식 장사, 가사도우미 일 등으로 장사 밑천을 모아 국밥집을 차렸다. 그해 가을, 직장암으로 고생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으나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 뒷바라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사는 잘됐으나, 계약 기간 만료로 갑자기 이전하면서 빚이 생기기 시작했다. 코로나까지 덮쳐 빚은 4천만 원으로 불어났고,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파산 신청을 했다. 지난해 가게를 정리하고 지금 사는 작은 집으로 들어오게 됐다.

◆치매와 낙상 사고로 몸 가누기 힘들어…열악한 생활 환경 개선 필요

4년 전, 장사하며 진 빚 독촉을 받는 과정에서 필선 씨의 치매 증상이 발견됐다. 필선 씨가 빚을 못 갚아 은행이 제3금융이나 4 금융에 어음을 팔면 집에 건달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였다. 덩치 크고 무서운 남성들이 자신의 집을 자꾸 힐끔거리는 것 같았다. 혼자 사는 집에 누가 들어올까 봐, 깡패들이 힘들게 키워낸 자기 아들마저 위협할까 봐 겁이 났던 필선 씨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 창문을 천으로 가리고 현관문에 다섯 개가 넘는 2중 잠금장치를 걸었다. 그러고도 안심하지 못해 경찰과 소방에 신고를 반복했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은 전화로 밤새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일상이 지속됐다.

4달 전, 필선 씨는 집에서 낙상사고를 당했다. 거실 불을 켜다가 뒤로 넘어져 정신을 잃은 필선 씨를 동사무소 직원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척추 골절과 담석증 판정을 받은 필선 씨는 수술 후 장시간 입원해야 했으나, 심한 치매 증상 때문에 병원으로부터 강제 퇴원당했다. 이후 골절된 척추 관리가 잘 안 돼 뼈가 잘못 붙었고, 그 후로 서지 못하고 거실 매트리스에 온종일 누워서 생활하고 있다. 주변 물건을 짚어야 겨우 서는 흉내를 낼 수 있고, 현관문을 열 때도 기어가야 할 정도다 보니 필선 씨의 얼굴이나 무릎에는 상처가 끊이질 않는다.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 않는 주말이면 혼자 밥을 챙기지 못해 누워서 잠만 잔다.

필선 씨는 현재 1년 반 전 들어온 집에서 온갖 잡동사니와 곰팡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집안이 습해 벽에 곰팡이가 슬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가게 집기류와 짐들이 복도와 집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상태다. 집 구조 상 전기가 약해서 TV를 들이거나 에어컨을 설치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겨울엔 춥고 여름엔 푹푹 찐다. 아들의 도움을 언제까지고 바랄 수도 없다. 삼십 대 중반을 맞이한 아들이 지금껏 자신을 수발하느라 입에 겨우 풀칠만 하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냥 엄마 내삐리 뿌라."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엄마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주)매일신문사(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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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자이자 생활고·자녀 일탈로 걱정인 유지은 씨(매일신문 8월 6일 10면 보도)에게 2천238만1천28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10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김나현 10만원 ▷전시형 10만원 ▷안현숙 5만원 ▷박명호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김성옥 1만원 ▷김주현 1만원 ▷정영선 1만원 ▷가지영 5천원 ▷'나노김동현' 7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환경 속 희망 놓지 않는 박유나 씨 모자에 2,598만원 성금

몸과 마음에 찾아온 아픔에도 아들을 외롭지 않게 잘 키우고 싶은 박유나 씨(매일신문 8월 13일 10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44명의 독자가 2천598만4천40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아이엠뱅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보드게임카페21 60만7천원 ▷빛명상본부 6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백중회향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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