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성주가야산' 마케팅

이영욱 기자
이영욱 기자

경북 성주군이 가야산 마케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가야산 국립공원 칠불능선탐방로 개통과 함께 제기되고 있다.

성주 군민들은 여러 해 전부터 가야산을 '성주가야산'이라 부른다. 가야산 최고봉인 칠불봉(1,433m)을 품은 데다 가야산 전체 면적 중 60% 이상이 성주 땅이란 이유에서다. 여기다 칠불능선탐방로 개통으로 가천면 법전리~칠불봉~만물상~수륜면 백운리의 가야산 종주가 성주군 안에서 온전히 이뤄질 수 있게 되었으니 성주가야산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칠불능선탐방로에 대한 평가는 성주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산(山)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매체는 '산길을 만들어 둔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코스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산행의 즐거움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절하했다. 어떤 유튜버는 탐방로 이름에 딴지를 건다. 탐방로 구간이 칠불능선이 아닌데 '칠불능선탐방로'라고 부르는 것은 등산객을 기만하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개통한 지 겨우 2개월이 지났을 뿐이고 다수의 호평도 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지적이다. 성주군은 칠불능선탐방로와 성주호 주변 관광자원 개발을 성주 서부권 관광산업의 새로운 전기로 삼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가야산 관광 마케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관광 마케팅은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지의 매력과 특별한 경험을 소개하는 전략적인 과정이다. 관광 마케팅은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여행자들이 특정 여행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성주가야산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가야산을 석화성(石火星)의 절정이라고 했다. 가야산신 정견모주의 이야기를 품은 상아덤,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 낸 거대한 만물상은 '자연의 고향곡'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계절 특색을 가진 것도 장점이다. 봄은 노랑 분홍 하양의 야생화 향연장이고, 선크림이 필요치 않은 나무 그늘 녹음은 여름 산행에 특화됐다. 형형색색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단풍과 눈 덮인 여명의 칠불봉은 상서로운 일출을 선사한다.

엷은 미소를 머금은 백운리 마애불입상과 스님들이 수행했다는 백운대, 성주가야산을 대표하다 사라진 대가람 법수사에서 해인사로 옮겨진 비로자나불상의 슬픔, 곳곳에 폐허로 남은 사찰과 암자 터, 이름 모를 골짜기는 이야기를 품지 않은 곳이 없다. 고려 말 선비 도은 이숭인의 숨결이 깃든 청휘당과 한강 정구의 무흘구곡, 한말 명재상 응와 이원조의 만귀정은 귀거래사의 표상이다.

스토리텔링은 대표적인 관광지 마케팅 수법이다. 성주가야산이 품은 이야기 중 절반만 꺼내도 수백 편이다. 경쟁이 치열한 관광시장에서 여행지는 눈에 띄고 잠재 여행객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여행지 고유의 특성, 문화유산, 자연의 아름다움은 효과적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경쟁 지역과 차별화하며 타깃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전남 영암군은 월출산국립공원 깃대종 '남생이'를 대표 캐릭터로 선정했고, 서브 캐릭터인 달토끼와 월출산을 형상화한 이미지로 지역을 알리고 있다. 무주군이 덕유산에 기대어 펼치는 무주산골영화제는 지역 대표 축제가 됐다.

성주가야산의 수많은 문화유산은 구슬 같은 영롱한 자산이 틀림없지만 아직은 어우러지지 않아 제 값어치에는 역부족이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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