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호사 10명 중 6명 전공의 업무 강요받아" 간호사들 폭로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과 손혜숙 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간호사 법적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과 손혜숙 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간호사 법적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이 6개월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의 강요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면서도 관련 교육은 1시간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며 환자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0일 협회 서울연수원 3층 강당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간협이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387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39%인 151곳이었다. 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3천502명이었다.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면서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해 많은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 현장 간호사들은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공백으로 병원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간호사 발령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곳은 지난해 신규 간호사를 8천390명 선발해 올해 발령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3일까지 이들 중 76%를 아직 발령하지 못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시범사업 지침은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간호사의 근무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하지 말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안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간호법은 지난해 4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여야가 오는 28일 본회의 통과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간호법 도입 시 환자의 건강이 심각히 우려된다"며 "제지를 위해 정권퇴진운동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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