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난카이 지진과 동해안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난카이(南海) 해곡'. 일본 도쿄와 가까운 혼슈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800㎞ 구간이다. 난카이 지진은 난카이 해곡 3개 단층대(도카이, 도난카이, 난카이)에서 100~150년마다 발생하는 강력한 대지진을 일컫는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향후 30년 이내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1944년 규모 7.9의 도난카이 지진과 1946년 규모 8.0의 난카이 지진으로 1천400여 명이 숨지고, 집 3만5천 채가 무너졌다.

최근 일본에서 강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본인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일 난카이 해곡의 왼쪽 끝부분인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 지진을 '난카이 대지진'의 전조(前兆)로 보고 발생 2시간 30분 뒤 '거대 지진 주의'를 발령(發令)했다. 이 구간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되니 주의하라는 경보였다. 지진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생수, 휴지, 상비약 등 사재기 현상도 빚어졌다. 이 미야자키 지진은 경북 포항과 경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포항 남구를 비롯해 땅이나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을 가졌다는 지진 유감(有感) 신고가 14건 접수됐다. 일본에서는 다음 날인 9일 도쿄 서쪽 가나가와현에서 규모 5.3, 10일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 북북동쪽 476㎞ 해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일본의 잇따른 지진을 남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1993년 7월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북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동해안에 최고 2.76m의 지진 해일(海溢)이 밀려들어 4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1983년 5월에는 일본 혼슈 아키다현 서쪽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동해안에 최고 2m 이상의 지진 해일이 밀어닥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한반도 동해안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6년 9월 경주 지진 이후 단층(斷層) 연구에 나선 기상청은 지금까지 한반도 동남부(영남권)에서만 지진을 유발하는 활성단층 14개를 확인했다. 지진 예측 및 경보 시스템, 방재 대책 등을 점검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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