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논란이 가관(可觀)이다. 이종찬 광복회 회장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용산(대통령실)에 (일제) 밀정 그림자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 밀정이 윤석열 대통령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광복회 인사는 김형석 관장을 지목해 '현대판 밀정'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인식 지형에서 '친일 몰이'와 '반일(反日) 외침'보다 쉬운 '여론전'은 없을 것이다. 사기꾼, 도둑놈들도 반일을 외치기만 하면 애국자 대접을 받을 판이다. 일본과 관련해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하면 국제 정세를 잘 아는 외교관, 세계적인 기업인일지라도 친일파로 매도(罵倒)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윤 대통령을 향해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이냐"고 하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정권의 친일 행보를 멈춰 세우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하는 것도 모두 손쉬운 '여론전'이다. 한일 간 얽힌 난마(亂麻)를 풀기는 어렵고 욕먹기 십상이지만, 친일 몰이로 박수받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니 말이다.
조선시대 말 위정자(爲政者)들은 서양과 교류하고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람들을 매국노(賣國奴)로 몰았다. 나라를 개혁, 발전시키기는 어렵지만 '매국노 몰이'는 식은 죽 먹기다. 매국노 놀음으로 세월을 보낸 결과가 무엇인가. 나라가 시대에 뒤떨어져 망했다. 야당과 사이비 지식인들의 '친일파 몰이'는 조선 말 '매국노 몰이'와 하나 다를 바 없다. '국뽕 개 짖는 소리'로 자신은 정치적 이익을 얻고 국민과 국가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서양인을 야만인으로 간주(看做)한다고 그들이 야만인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총포(銃砲)를 가볍게 여긴다고 그 총포가 물총이 되는 것도 아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본다고 식민 기간이 35년에서 9년으로 줄어들지도 않는다. 절대다수 국민은 35년간 일제 통치에 시달렸다. 그걸 부인한다면 당시 중국 거주 한인(韓人)만 우리 국민이고, 그들이 살던 동네가 우리 영토였다는 말이 된다. 임시정부의 법통(法統)을 계승한다는 것은 그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지, 임시정부가 곧 대한민국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1948년 건국을 인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정상화 추진과 역사 바로 보기가 사이비 지식과 거짓 선동의 맹폭을 받는데도 국민의힘은 한가롭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문제에 대해 '조금 지켜보자' '인사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광복회나 순국선열 후손분들이 굉장히 비판하고 있으니)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임명을 철회하는 게 맞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서 '친일 프레임'은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인데, 이를 인사(人事) 문제로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이념과 역사는 문명국가의 근간(根幹)이다. 안보, 경제, 법치, 문화, 외교 등 모든 지향성이 '이념과 역사' 정체성에서 비롯한다. 이념의 차이로 대한민국은 성공했고, 북한은 실패했다. 이념과 역사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기둥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며,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산업화·근대화, 김대중·김영삼의 민주화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대한민국 부정(否定)이다. 광복절을 전후해 야권과 사이비 지식인들이 쏟아낸 윤석열 대통령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향한 '친일파 프레임' 씌우기는 자유대한민국 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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