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임 한 달 앞둔 한동훈 대표 리더십, 시험대에 본격 오른다

당원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지만 당내·외 소통 집중하며 로우키 행보
인선 마무리하고 격차해소위원회 신설 등 본격 활동 채비 마쳐
이재명 대표 회담 결과에 따라 냉정한 리더십 평가 나올듯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23 전당대회를 통해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을 앞두고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고위당정협의회에 처음 참석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25일에는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기로 하는 등 거대 야당과의 경쟁에서도 집권여당 수장으로서 최일선에 섰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큰 기대를 안고 대표가 됐지만 비교적 조용한 한 달을 보낸 한 대표가 앞으로 민생경제 살리기,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탄탄히 할지, 아니면 원외 대표·정치 초보라는 우려 속에 갇혀 한계를 드러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당내외 소통·당직 인선에 집중

23일 취임 한 달을 맞는 한 대표는 그간 4선 이상 중진들과 릴레이 오찬을 하고, 19일 당 상임고문단, 시도당 위원장과 회동하는 등 당내 입지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향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회동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29~30일에는 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단합대회 성격의 연찬회에도 참석한다.

원외 대표인 만큼 당내·외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혀가는 데 힘을 쏟으며 향후 자신이 추진 중인 각종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 대표가 제시했던 '제삼자 추천 채 상병 특검안'에 대해 당내 여론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당내·외 인사들과의 소통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지난주에야 마무리된 주요 당직 인선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김상훈 의장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던 게 사실"이라며 "지난 14일에야 당의 싱크탱크인 유의동 여의도연구원장을 임명하는 등 대표 선출 뒤 20여일간은 자신의 진용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한 대표는 전기차 안전 문제, 유공자 예우 강화 등 거대 아젠다를 던지기보다 민생 현안을 주로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한 대표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 구축을 선언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한 행보를 벌이고 있는 만큼 향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정책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시험대 오른 '정치 초보' 한동훈 리더십

이러한 한 대표의 '로우키' 행보가 앞으로도 지속돼서는 곤란하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간엔 한 대표의 맞상대라 할 수 있는 민주당 당 대표가 부재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상승세를 보이고 국민의힘이 하락세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드러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신설 방침을 밝힌 당내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정치권 입문 이후 한 대표가 줄곧 제기해왔던 구상을 현실화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위원회를 통해 교육과 문화, 지역, 자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격차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그는 "새로 출발하는 우리 당은 총선 때부터 내걸었던 격차 해소를 정책의 중요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 사회 곳곳에 산재한 격차를 해소하겠다와 같은 말은 한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던 것인데 여기에는 정치적 비전이나 목표가 빠진 공허한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이제는 하나씩 선보이며 평가받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권 장악을 마무리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어떤 결과에 따라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 빈손 결과를 얻거나 들러리를 서는 데 그친다면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가 부각되는 것은 물론 채 상병 특검법 등 자신의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토론을 야당에 제안하고 이 대표와의 회담에도 앞장서는 등 한 대표는 충실히 해야할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면서 "이제 인선을 마무리했고 취임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진정한 평가는 100일 이후나 연말쯤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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