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 된다. 금형, 주조, 열처리, 표면처리 등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내재되는 공정으로 품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도가 높다.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상 모든 산업군에 영향을 미친다.
대구 제3산업단지는 지역 뿌리산업의 중심이다. 규모는 작지만 오랜 기간 기술력을 축적한 강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이진욱 대표는 표면처리 전문기업인 대진분체산업의 40대 젊은 CEO(최고경영자)이다. 이 대표는 뿌리산업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뿌리산업의 계승
표면처리는 금속재료의 최종 가공단계에 해당한다. 다양한 소재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공정을 적용해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분체도장 작업은 고운 도료 입자를 고르게 뿌려 색을 입히는 공법으로 일정하고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대진분체산업은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불순물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10년을 앞두고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초창기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가업승계를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건설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전역 후 돈을 모아서 25살에 첫 사업을 시작했다. 자동차 도장 분야였는데 5년 이상 업력을 쌓았다"고 했다.
독립을 선택했지만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부친이 창업한 대진분체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경영을 맡게 됐는데 당시 부채가 많았고 퇴직을 앞둔 장기 근속자도 다수 있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남들이 안 된다는 일 보란 듯이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직원들도 오랜 기간 지켜온 기업이 문 닫는 걸 원치 않았다. 비록 도장이 험하고 기피하는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품질 및 환경 경영시스템, 뿌리산업전문기업, 백년소상공인, 벤처기업 등의 인증을 차례로 획득했다. 경진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 청년기업의 가능성
이 대표는 뿌리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젊은층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청년들이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연구전담부서로 시작해 사내 벤처가 된 '뉴올터너티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직원들을 대학에 보내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돕는 등 자기계발도 장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직원으로 일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나중에 각자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실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아이템을 정해서 독립한 친구도 있다. 평생 같은 일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정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도료를 활용해 재생 펠릿(SRF)을 개발했다. 그는 "폐도료를 중국 처리 업체에 보내야 하는데 수출로가 막힌 적이 있다. 당시 공장을 절반 차지할 만큼 쌓인 적이 있는데, 재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SRF 개발에 착수한 것"이라며 "우리 공장만 해도 상당한 양이 배출되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단위가 훨씬 크다. 특허를 출원했고 관련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온라인 유통에도 직접 진출했다. '까칠한 진욱씨'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해 자체 디자인·제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경기 둔화, 중국의 저가 공세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해서 만든 제품을 하나 둘 판매해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이 일을 배우고 비전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당장 보면 몸이 힘들고 피하고 싶은 산업일 수 있지만 멀리 보면 대체가 어렵다는 면에서 잠재력은 충분하다. 조금 더 멀리 보고 큰 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다면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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