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은 '쌀의 날'이었다. 쌀 미(米)를 八十八로 풀이해 '한 톨의 쌀을 얻기 위해서는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은 이날은 농업인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수확기를 앞둔 농업인은 쌀값 걱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왔지만 지난해 생산된 쌀 재고가 남아 산지 쌀값은 80㎏에 17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약속한 쌀값 20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5만t을 격리하고, 농협도 1천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쌀 소비 촉진에 나섰지만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찾아줄 우리 모두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민이 떠난 농경지를 다시 복원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주식인 쌀을 포기하고 농경지가 줄어드는 것을 마냥 보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선진국들이 곡물 자급률을 100%대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20%대 자급률에 머무르고 있다. 한마디로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88년 126만㏊에서 2023년 70만㏊로 40% 넘게 줄었고, 생산량 역시 605만t에서 370만t으로 급감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됐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평균 56.4㎏으로 1992년 112.9㎏의 절반에 불과하다. 쌀의 자리를 빵, 라면 같은 밀가루가 차지한 것이다. 밀가루 수입량은 200만t을 훌쩍 넘어 국민 1인당 밀가루 소비량은 33㎏을 넘어섰다.
현재 우리는 쌀이 남아도는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식생활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고쳐야 하겠다. 이제는 쌀의 진정한 효용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쌀, 즉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전환함이 마땅하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자료만 보더라도 건강 유지에 필요한 콜레스테롤 및 혈당 조절, 항산화 기능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와 기능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우리 쌀이다.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범국민 '아침밥 먹기 운동', 쌀 수출·판매 확대, 쌀 가공식품 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이 모여 쌀 소비 확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 대학교의 '천원의 아침밥'은 뜨거운 반응으로 기업의 '근로자 아침밥', 편의점의 '모두의 아침밥' 등 기업과 유통업체의 참여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비웃듯 당연히 국산 쌀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여기는 시중 가공제품 중 일부는 수입 쌀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수입산 쌀을 쓴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을 이유로 아직도 국내산 쌀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가공용 밥이나 막걸리같이 쌀이 포함된 제품을 구매할 때는 원산지를 꼭 확인한 후 구매하는 작은 행동이 우리 쌀 사랑의 큰 실천이 될 수 있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소규모 선수단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한국보다 앞선 국가는 미국, 중국, 호주, 프랑스, 영국 등으로 강대국들이다. 이 국가들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곡물 자급률이 100%를 넘는 식량 선진국이자, 농업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살아가는 데 기본인 식(食)이 불안한 국가는 당당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식량 후진국'이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떼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모두가 쌀 소비 확대에 함께해 주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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