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대관식'인 전당대회 둘째 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지원 사격의 중심에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다면,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연임(8년 집권)을 했으며, 퇴임 후에도 민주당 진영의 구심점이 돼 온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국면에서 '보이지 않은 손'으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셸 오바마 여사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로 힘을 실었다.
◆오바마-해리스의 20년 '티키타카' 우정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정치적 동지로서 찰떡궁합이자, 요즘 유행하는 '티키타카'(서로 잘 주고받는 호흡 또는 관계)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바마-해리스의 우정의 뒤편, 핵심적 지지와 동료 의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통해 2008년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해리스 부통령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둘은 20년 동안 정치적 도움을 주고 받아 온 각별한 사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한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세였던 지난 2008년 대선 레이스에서 오바마를 밀기로 한 해리스의 결정은 정치적 모험이었고, 성공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결코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 연설을 위해 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할만큼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시 검사장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모금 행사를 여는 것을 도와주며 인연을 맺었다. 백인들이 주류인 미국 정계에서 둘은 몇 안 되는 혼혈 흑인으로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오바마 당선 후 '여자 오바마'된 해리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를 거머쥐자, 그를 지지한 해리스의 입지도 덩달아 올라갔다. 일각에서는 그를 '여자 오바마'라고 칭하며 주목하는 시선도 늘었다. 이후 해리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인 2011년에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선거에 도전해 선출됐다.
오바마는 해리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초의 흑인·아시아계 및 여성 부통령이 된 이후에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에게 정치적 조언을 제공하며 지원군이 돼줬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에 첫 유색인종·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는 지난 달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를 결정한 당일 전화를 건 100여 명 중 3∼4번째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 만큼 특별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해리스는 최근 오바마의 전 참모들을 이번 대선캠프의 핵심 책임자로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시카고에 온 오바마 "Yes, she can"
20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 이틀째 무대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카멀라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나이티드 센터를 가득 채운 대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자 오바마는 "맞다, 그녀는 할 수 있다"(Yes, she can)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의원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복창하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이 발언은 16년 전 오바마 캠프의 선거구호로 사용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중에서 '우리'를 '그녀'로 바꾼 것.
이 선거구호는 당시 오바마 후보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는 보통 사람이라는 인상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함께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2016년 전당대회에선 "우리는 여전히 할 수 있다"(Yes, We still can)라고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해리스에 대한 선거운동 지원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선거운동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향후 유세 현장을 돌면서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해리스에 대한 지지 호소에 나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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