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부르고 표지판을 설치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딴지를 걸고 나섰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표지판 설치가 불법이라며 대구시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과 협의하지 않고 임의로 설치했다는 주장이다.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 맹성규 민주당 의원)도 거들었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21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현재 역명과 역 광장의 이름이 다른 경우는 없다. (통상) 역 광장은 역명을 따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왜 이다지도 야박(野薄)하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존경하는 대통령 수위(首位)인 그를 우상화하고 미화한다며 못마땅한 눈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별 판단이나 지역 고유의 여론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광주와 전남 여러 곳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공간과 기념물을 국민의힘은 반대하지 않는다. 김 전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과 입지를 고려한 판단일 거라는 존중이 깔려 있어서다.
더구나 역 앞 광장의 이름이 역명과 같아야 한다는 건 억지에 가깝다.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았을 뿐이다. 새롭게 이름 붙이는 과정에서 절차적 오류가 있었다면 교정하면 된다. 하지만 적절성을 따지며 인물의 과오(過誤)를 들먹이는 건 대구경북민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편벽(偏僻)된 이념 공세일 뿐이다. '박정희'라는 이름을 대구경북신공항 등 규모가 있고, 의미가 있는 곳에 귀하게 붙이자는 것이 대다수 대구경북민들의 뜻이자 바람이다.
동대구역 광장의 명명(命名)은 여론을 담아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한 것이다. 지난 4월 말 매일신문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구 시민 70%가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 대표 도서관 앞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도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인정한 바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박정희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장세용 전 구미시장도 2019년 박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보수의 상징 같은 느낌으로만 봐선 안 된다. 실용주의적, 혁신가적인 면도 있었다 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은 차고 넘친다. 196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필리핀은커녕 북한에도 경제력이 뒤진 후진국이었다.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고 물류의 동맥인 고속도로 준공도 추진해 국가 재건의 토대를 닦은 건 온전한 그의 결단이었다. 당시에도 야당은 반대했다. 5천 년의 보릿고개를 역사에서 지우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새마을운동으로 국민적 각성을 이끌어냈다. 지금 여러 개발도상국이 기적 같은 우리의 성장사를 롤모델로 삼고 배우려 한다. 이게 특정 인물 우상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독재자 운운하는 것도 가당찮다. 진정한 독재자라면 살아생전 자신의 동상이나 이름을 딴 광장을 조성하기 마련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을 세우고 생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북한이 그렇다. 박 전 대통령 집권기에 그런 구조물을 만든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의 근대화 기틀을 마련하고 나라의 미래를 우선시했던 대통령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는 위인이 과연 누구인가. "그게 바로 박정희"라는 게 대구경북의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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