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경북을 대한외국인(大韓外國人) 수도로

이상준 경북부장

이상준 경북부장
이상준 경북부장

일본 총무성(総務省)은 지난달 인구동태조사 발표를 통해 올해 1월 1일 현재 일본 외국인(外國人)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총무성 자료를 인용한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 보도에 따르면 일본 내 외국인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구마모토현(熊本県)'이었다.

인구 171만 명의 이곳은 일본 남단에 위치한 비수도권 광역지자체다.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경북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인구 감소에 허덕여 온 구마모토현은 지난 2021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하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맞았다.

지난해 기준 이 지역의 외국인 증가율은 24.2%로, 일본 내 1위를 기록했다. TSMC 1공장이 들어선 인구 4만3천 명의 기쿠요초(菊陽町) 일대에만 458명의 외국인이 유입돼 전년 111명보다 4배가량 급증했다.

구마모토현은 TSMC 대만 본사 외국인 직원 유입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만 경제 특구' 조성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에서 지방까지 일본 전역에서 외국인이 각종 산업을 지탱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일본인 전체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9.02%에 그친 반면 외국인 전체에선 85.22%였다.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국가비상사태 수준의 저출생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역시 사상 유례없는 인력난에 직면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30년 후 대한민국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1천300만 명 가까이 급감한다.

'외국인'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국내 생산 인력 감소의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다. 지방의 제조업 현장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으로 외국 인력 유입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경북이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아시아 이주(移住) 허브' 도약을 선언한 점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경북은 국내 이주 '성지(聖地)'를 기치로, 괄목할 만한 외국 인재 유치 정책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광역비자'다. 경북이 전국 최초로 도입 필요성을 제안한 이 제도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광역 단위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비자 발급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 외국 인력을 선정·유치할 수 있다. 이는 제2, 제3의 '구마모토현'이 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곳곳에 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경북의 다음 과제는 이민청(移民廳) 유치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던 이민청 설립 법안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이민청은 이민 업무뿐 아니라 외교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모든 부처의 외국인 업무를 총괄한다. 이민청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 연간 3조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해 1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외국인 이민·유치 조직(외국인공동체과)까지 신설했다.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이 도시·농촌 등 여러 생활권에 거주하는 경북은 이민 정책 종합 테스트베드의 최적지로 꼽힌다.

이민청 유치는 경북이 대한외국인 수도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전기로,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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