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다문화 청소년은 왜 성착취·집단폭행 범행의 타깃이 됐나" [영상]

애정 결핍·어릴적부터 이어진 따돌림에 가스라이팅하기 좋은 먹잇감
도움 줄 어른과 친구들 모두 잘라내고 의지할 사람 없게 만들어

22일 오후 포항 성착취·집단폭행 피해 청소년 A양과 보호시설 측이 대화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22일 오후 포항 성착취·집단폭행 피해 청소년 A양과 보호시설 측이 대화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포항 청소년 일당의 성착취·집단폭행 범행을 두고 피해 청소년의 다문화 배경과 불우한 생활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 청소년 A양은 소외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A양 보호시설 관계자는 "가해자들에게 A양은 범죄에 이용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계 부친과 한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이라는 A양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A양은 "피부색은 주변 친구나 언니, 오빠들에게 매번 놀림감이 돼 왔다. 이상하게 보는 시선을 피하려고 손과 팔에 피가 날 때까지 벗겨낸 적도 있었다"고 어린 시절 기억을 꺼냈다.

중학교 때는 피부에 난 작은 사마귀 같은 질환도 성적 놀림거리가 됐다. 그럴 때마다 A양은 그런 친구마저 잃기 싫어 그냥 멋쩍게 상황을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A양의 어머니는 이 무렵 한국인 남성과 재혼을 했는데, 계부의 성추행 사건으로 A양은 집을 나와 쉼터에서 지냈다. 4년간 쉼터 등 시설을 여러 곳 옮겨 다니다 우여곡절 끝에 살던 지역을 벗어나 지난해 8월 모친과 포항에 터를 다시 잡았다. 이후 지역 고등학교에 전학했고 올해 2학년 1학기까지 별 탈 없이 학교생활도 했다.

생계 능력이 없는 모친을 대신해 A양은 고깃집과 키즈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직접 벌어 썼다.

A양은 탈선을 시작하게 된 건 지난 6월부터라고 했다.

A양은 "포항 한 놀이시설에서 친구를 통해 1살 언니인 C양을 만났고, 오빠들도 소개받았다"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펜션을 이들과 가게 됐고, 이들의 관심 어린 모습을 애정으로 받아들여 가족처럼 생각하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A양의 불행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A양은 이때쯤 친모에게서 집을 나와 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 친모의 금붙이를 훔쳐 이들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 일로 A양은 친모와 크게 다퉈 사이가 완전히 끊어졌다.

그러는 동안 이들 일당은 A양에게 하루 1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며 조건만남 공갈 범행을 제안했고, A양은 분위기에 휩쓸려 이 일을 받아들였다.

A양은 "애초 이들은 '조건만남을 하는 척하고 있으면 자신들이 들어갈 것이고, 실제 성관계는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막상 일을 시작했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A양은 폭력적인 성매수남에게서 도망쳐 나왔고, 겪은 일을 머리에서 지우지 못해 차로로 뛰어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일당에 의해 목숨을 건진 뒤 A양은 조건만남 일을 너무도 하기 싫었지만 조직 일당을 벗어날 힘이 없던 A양에게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A양은 학교도 자퇴했다. 조건만남 사실이 학교에 소문이 나면서 더이상 다닐 수 없게 된 탓이다. 결국 A양 주변에 남은 사람은 이들 일당 뿐이었다. 그 사이 A양에게 남자친구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것도 일당 중 한 명이 A양을 성매매 여성이라는 말을 퍼뜨리면서 헤어졌다.

A양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애정을 쏟았던 이들에게 '이제 그만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보냈지만 강도가 나날이 더해지자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마음먹기도 했었다고 했다.

A양은 "부모든 누구에게든 사랑을 받은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 나쁜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저출산 문제가 있다고 아이를 낳고 이런 것보다 지금 있는 아이들을 먼저 잘 보호해 줬으면 좋겠다"며 "저 같은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나쁜 사람에게 노출되는 일도 막아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막는다고 해도 또 다른 씨앗이 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해 이 일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이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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