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칼럼] 코로나19 확진도 수상하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 일정을 다시 연기시켰다.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진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재판부에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당초 이달 23일에서 2주 뒤인 9월 6일로 연기됐고 9월 6일로 잡혀 있던 결심 공판도 9월 20일로 순연됐다.

또한 9월 30일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던 위증교사 의혹 사건도 2주 미뤄지게 됐고 대장동·백현동 등 병합 사건과 대북 송금 사건 재판도 마찬가지 영향을 받게 됐다. 재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상은 통상적인 감기와 비슷하다. 그래서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도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의 '1급 감염병'으로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고 4급으로 하향 조정된 그대로 격리도 권고하지 않는 등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에 확진되더라도 일반적인 감기 환자처럼 자가 격리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이 대표 측은 병원에서 확진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제) 감기 증상이 있어서 오늘 아침 자가 진단 테스트를 했더니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당 정무기획실장이 밝힌 바 있다.

타인에게 전염시키지 않으려는 이 대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이 시점에 코로나19 확진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여야 대표 회담과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등 중요 정치 일정을 무산시키게 될 정도의 코로나19 증상이 염려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대선후보로 전국을 휘젓고 다녔어도 단 한 번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던 이 대표다.

그런 그나 당 최고위원 등 주변 인사들 중 단 한 명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 대표 홀로 코로나19에 걸리게 된 것인지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8월 대장동 등 의혹으로 검찰 소환과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도 그는 19일간의 초인적인 단식 등으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해 왔다. 이번 코로나19 확진도 그간의 재판 대응 행적을 감안하면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한동훈 대표가 과일 바구니를 보내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등 여야 대표 간에 처음으로 훈훈한 모습을 연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대표의 코로나19 증상이 얼마나 위중한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감기 증상으로 중요 정치 일정을 연기하고 자가 격리한 것이 혹시 재판 연기를 위한 꼼수인지도 알 수 없다. 감기 수준의 증상이라면 2, 3일 정도 쉬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텐데 그는 마치 중병 환자처럼 2주 동안 재판을 연기하는 등 엄살을 떤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는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쓸 정도로 전면전 수준이다. 수사 검사 탄핵안을 발의하고 판사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김민석 최고위원은 "재판부가 유죄 선고를 내리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1심 선고가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1심 유죄 판결은 이 대표와 지지자 그리고 민주당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현재 4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 측은 당장은 1심 선고를 앞둔 공직선거법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 사건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의 '희망 고문'과 달리 정치생명을 박탈할 정도의 유죄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 잘 방어해 온 듯이 보이던 사법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차기 대선 때까지 재판을 질질 끌어 방어할 수 없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물론 오히려 지지층을 더 강하게 결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무죄 판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중도층의 이반은 가속화된다. 이재명 사당화가 완성된 민주당이 갖고 있는 '플랜 B'는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유시민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선동하는 책을 통해 지지층을 독려하고 나선 것처럼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안 발의로 사법 리스크 돌파구를 열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 야권 의석으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여당의 분열 없이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대한 헌법 위반 사안 없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제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탄핵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온 나라를 분열과 갈등과 혼란에 빠뜨리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돌파, 감옥에 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하겠다는 태세다. 아주 위험한 탄핵 정국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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