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반복적인 ‘원 포인트 영수 회담’이 해법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위험 수위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전국지표조사(NBS, 8월 19~21일)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7%인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3%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8월 20~22일)에서도 긍정 27%, 부정 63%로 동일했다.

여당이 기록적인 참패를 당한 지난 4월 총선 이후 NBS 10차례 조사에서 단 한 차례(7월 4주) 30%를 기록한 후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선 임기 말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 집권 2년 만에 현실화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성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응답은 30%에 불과한 반면, '잘못된 방향'은 두 배 이상 많은 62%였다. 중추 세대인 40대에선 그 비율이 13% 대 81%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야권에선 "3년은 길다"며 윤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하게 부르짖고 있다. 왜 이런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무엇보다 윤 정부의 국정 비전 및 가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잘 실현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 28%, 부정적 평가가 66%였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에선 긍정 32%, 부정 62%였다.

둘째, 민생 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선 NBS 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안정되고 좋아지고 있다'에 대해 부정적 평가는 74%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5%)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셋째, 의정 갈등 장기화, 대학병원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운영 차질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넷째,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뉴라이트 인사 논란에 이어 대통령 고교 선배인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정실 논란이 이어졌다. 윤 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변변한 성과조차 없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인사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섯째, 민감한 현안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 상병 특검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야권에 끌려다니고 있다.

그렇다면 윤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절실한 것은 '협치의 제도화'다.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정례적 영수 회담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영수 회담은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얻어 국정을 풀어 가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다. 물론 야당 측에서도 정부의 협조를 구하고자 할 때 영수 회담 카드를 꺼내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참패한 후 영수 회담을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이번엔 연임에 성공한 민주당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대표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당 대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절박한 측이 회담을 수용하는 것이 순리다. 야당이 입법 권력을 장악한 후 민생 입법 합의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은 정치로 풀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첫 영수 회담에선 따로 정해진 의제 없이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합의문조차 없는 빈손 회담이었다. 향후 영수 회담이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해선 '원 포인트 회담'이 적절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여소 야대 국면에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여러 차례 만났다. 원 포인트 회담을 통해 의약분업 갈등 해결이나, 남북 정상회담 지지를 끌어내는 등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도 이를 벤치마킹해 '민생 살리기' '의료 갈등 해결'을 위한 원 포인트 협치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표도 '채 상병 특검' '25만원 지원금법'과 같은 민감한 현안은 여야 대표 회담에서 다루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서로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더라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반복적인 회동은 협치 절벽에서 벗어나 정치가 복원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는 예술이고 희망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