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5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50여 년 만에 미국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선거로 꼽힌다. 지난달 21일 고령으로 인지 장애 논란을 빚던 81세의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에서 전격 사퇴한 것부터 그렇다.
민주당은 이달 22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함으로써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공백 사태를 32일 만에 봉합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에는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전·현직 민주당 대통령들이 참석해 해리스 지지를 호소하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전당대회 직후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무소속 후보가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 구도는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보다 18세 젊은 유색 여성인 해리스의 등장으로 바이든에 실망해 민주당을 떠났던 지지자들이 이제 거의 다 돌아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27일 바이든과 트럼프의 TV 토론 이후 4~5%포인트(p) 정도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여론조사 회사의 성향과 질문지·표본 집단 등에 따라 해리스 또는 트럼프 우세를 알리는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도 역대 선거처럼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불리는 경합 주의 향배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공화당 또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확실한 40여 개를 제외한 나머지 6~10개 주는 그네처럼 표심이 왔다 갔다 한다. 2016년 대선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은 전국 득표에선 도널드 트럼프를 앞섰지만 수천에서 1만 표 차이로 6~7개 경합 주에서 사실상 전패(全敗)하는 바람에 백악관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블룸버그의 최근 분석을 보면 경합 주 7곳(6천100만 명)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4조4천억달러로 독일과 맞먹는다. 2019~2023년 7개 경합 주의 실질 GDP 성장률이 평균 4.2%인 반면, 민주당이 최근 강세를 보이는 펜실베이니아주(0.9%)와 위스콘신주(-0.7%) 등은 경제 사정이 처참한 수준이다. 성장률(5.5%)이 양호한 네바다주는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으로 고소득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돼 주택난·집값 상승 같은 유탄을 맞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5.7%에 달해 트럼프 정부(1.9%) 때의 3배에 달한다. '경제' 문제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고려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 한국 일각에서 나도는 '해리스 대세론'은 실체(實體) 없이 기대 섞인 희망 사항에 가까울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 ABC방송, CNN, MSNBC 등 미국 주류 엘리트 매체들의 뿌리 깊은 친(親)민주당 성향이다. 미국 최고 언론 매체로 자타가 인정하는 NYT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띄우기'와 '도널드 트럼프 때리기'에 올인했다.
대선 투표일인 11월 8일 뉴스 제작 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이미 결정돼 있다"며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뜻하는 '마담(Madam) 프레지던트'라는 제목의 A1면 편집 계획을 확정했다가 밤 10시 넘어 트럼프 승리로 굳어지자 부랴부랴 전면 수정했다. 그해 11월 15일 NYT 발행인과 편집인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유권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세를 과소평가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사회 전반의 양극화 심화 때문인지 최근 미국 주류 언론들의 민주당 지지 보도는 더 심하고 더 노골적이다. 미국 언론매체들을 맹신(盲信)하면서 사실상 베껴 쓰기 하는 한국 언론과 엘리트들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더 사려 깊고 객관적인 관전(觀戰) 태도로 진일보해야 한다.
한국 여론 주도층에 트럼프에 대한 무시와 편견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팽배한 것도 특이하다. 3번 연속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뽑힌 그를 범죄자, 정신병자, 돈 때문에 동맹을 팔아넘길 장사꾼으로 폄훼하는 감정 섞인 시각들이다. 19권에 달하는 그의 저서나 연설문, 집회 장면을 한 번이라도 차분하게 읽어 보거나 들어 본다면, 트럼프가 정상적인 인물이며 애국심 충만한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2024년 미국 대선 역시 경합 주에서 미세한 표 차이로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론조사 등락(騰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두 후보의 속내와 정책을 정확하게 분석·해부하면서 철저하게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노력을 본격화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가장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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