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가 광복회가 올해 8·15 광복절 경축식을 정부와 별도로 개최한 것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했다. '1919년 상해(上海) 임시정부 수립이냐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냐'라는 작금(昨今)의 건국 시점 논쟁에 대해 그 나름의 견해를 밝혔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그 내용은 이렇다.

"대한민국은 이미 존재하는 나라였기에 건국을 논할 이유가 없다. 광복회는 없던 국가가 1919년에 건국됐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한제국은 이미 근대 국제질서에 편입되어 다자조약도 체결한 국가다. 그 조약의 효력이 계속됨을 1986년 대한민국 외교부가 확인했다. 그 국가가 1919년에 이름을 바꾸고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것이지, 새로 건국된 것이 아니다."(동아일보 8월 19일 자)

'1897년 대한제국→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1948년 대한민국의 동일성과 계속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교수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기 위해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고, 그 앞에는 '대한제국'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동의할 수 없다. 대한제국과 임시정부가 있었지만 그것이 곧 '대한민국'일 수는 없다. 대한제국은 조선 고종 임금이 1897년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황제(皇帝)에 오르면서 수립된 국가다. 광복회와 지식인들이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근거가 '대한제국→임시정부→대한민국'이기 때문이라면, '건국 황제(고종)'가 있기 때문에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가 고종 황제가 세운 나라에 살고 있나?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은 군주국(君主國: 대한제국)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국민국가(國民國家)라는 점에서 대한제국의 연장이 아니라 '새 국가'다. 또 대한민국은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국민, 영토, 주권)를 갖추었으며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1919년 임시정부와 다른 '국가'인 것이다.

독립지사들의 헌신에 감사하고, 임시정부에 자부심을 갖고, 그 '정신(법통: 法統)'을 이어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뚫고 1948년 8월 세운 새로운 대한민국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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