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친일·반민족 행위를 옹호한 이들의 공직·공공기관 진출 금지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윤석열 정권의 매국적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당론으로 관련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학문적 영역에 있어야 할 역사의 해석과 판단의 문제를 법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오만(傲慢)이다. 친일 여부의 경계를 어떻게 지을 것이며 그 경계를 누가 마련할 것인지는 지난(至難)한 문제다. 모두가 동의하는 판단 기준이 나오지 않는 한 민주당의 법제화는 '법률의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친일 공직 금지' 법제화는 민주당과 민주당의 견해에 동조하는 세력들의 잣대로 역사를 재단하겠다는 '지적 폭력'이다. 키가 크면 자르고 작으면 억지로 늘려 결국 죽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21세기 버전이라 할 만하다. 이는 과거 '빨갱이'라고 찍으면 꼼짝없이 '빨갱이'가 되는 백색(白色)테러와 하등 다를 게 없다. 광복절을 전후해 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조선총독부 10대 총독' '왕초 밀정'이라 하고 윤석열 정부를 '정신적 내선일체(內鮮一體) 매국 정권'이라고 한 게 바로 그런 테러다. 민주당은 3년 전에도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국가가 역사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는 비판에 폐기됐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법으로 친일인지 아닌지를 재단하고, 공직 진출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친일 프레임'에 가둬 도덕적·윤리적·역사적 불구자로 만들겠다는 속셈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참으로 시대착오이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일본을 넘어섰다. '한류' 등 문화는 일본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일본이라면 무조건 배척(排斥)하고 보는 현대판 척화비(斥和碑)를 세우려 한다. 그 시대 지체(遲滯)가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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