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3.50%로 묶었다.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연속 동결(凍結)인데, 오는 10월 열릴 금융통화위원회 시점까지 계산하면 무려 19개월 유지(維持)다. 한은 설립 이후 횟수와 기간까지 역대 최장 기록이다. 물론 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정책 전환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收斂)한다는 확신이 더 커졌고, 경제 성장세도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부동산과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고삐를 쥐게 했다. 너무 일찍 금리를 낮추면 기업과 서민들의 이자 경감 효과보다 집값 폭등과 가계대출 급증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포인트로 역대 최대인 미국과의 금리차도 부담이다.
한은의 속내는 곤혹(困惑)과 부담으로 읽힌다.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정부·여당은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이자 부담에 짓눌린 가계와 기업들도 금리가 낮아질 것을 기대했다. 게다가 금리 인하가 늦어져 성장에 도리어 걸림돌이 되면 한은은 들끓는 책임론에 직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금리를 묶어둘 수밖에 없을 만큼 집값과 가계대출이 불안했다. 7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4년 7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고,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8월에만 2주 사이 4조원 넘게 불었다.
급기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대출로 집을 사려는 '영끌족'을 향해 "2018~2021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를 거로 생각한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서울에 과감한 주택 공급을 하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을 것이고,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내려가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한은 총재가 경고장을 보낼 만큼 서울의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조기에 진화(鎭火)하지 못하면 내수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갈 것이고, 통화정책 전환의 적기(適期)를 놓쳐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 10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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