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리셀 화재 참사…경찰 "납품일정 무리하게 맞추려 비숙련공 투입"

규격 미달 판정 받고 재생산
납품일 가까워지자 무리한 생산 목표 잡아
신규 노동자 53명 충분한 교육없이 투입

2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공원에 설치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전국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은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마련된 이 분향소는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오후 설치했다. 연합뉴스
2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공원에 설치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전국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은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마련된 이 분향소는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오후 설치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가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제조공정을 가동하다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기남부경찰서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아리셀 측은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계약에서 납품 일정이 지연되자 이를 맞추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면서 공장을 무리하게 가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아리셀은 납품 품질검사에서 국방 규격 미달 판정을 받으며 납품이 중단된 후 재생산을 했다.

하지만 5월부터 매일 70여만원의 지체금을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납품일인 6월이 가까워지자 5월 10일부터 '하루 5천개 생산'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잡고 공장을 가동해왔다.

해당 과정에서 인력공급업체 메이셀로부터받은 새로운 근로자 53명을 충분한 교육없이 주요 제조 공정에 투입해 제품 불량률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아리셀 측은 제품의 불량 부위를 억지로 결합하거나 용접해 생산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제조 공정이 부실해지면서 폭발과 화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아리셀 측은 비상구 설치 규정을 위반하고 안전교육을 제때하지 않을 것으로 드러났다.

대피로에는 전지 트레이 등이 설치되는 등 비상구가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메이셀 근로자 대다수는 비상구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아리셀 측은 인력 공급 업체를 통한 근로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시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발생 시 긴급조치 및 대피요령 등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지 않았다. 또 피난 훈련을 포함한 소방 훈련 및 교육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안전과 소방 관련 총체적 부실로 최초 폭발 이후 대피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다수 근로자가 출입구 반대편에 고립된 채 사망했다고 파악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 군납을 시작할 당시부터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인 정황도 파악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 등 18명을 입건하고 두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입건된 18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6명), 업무방해(11명), 건축법 위반(1명) 혐의를 받는다. 구속 된 두명은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박중언 씨와 다른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한 명이다.

수사본부는 "화재사고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군납 전지 납품 관련 업무방해 혐의에 대하여는 집중적인 수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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