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농촌 개발 시작

의성읍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 '의성키움센터'로 결실
기반 시설 조성 중심의 농촌 개발에서 보육·돌봄 중심으로 바뀌어야
조창영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장

조창영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장
조창영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장

'소멸 위험 1순위에서 대구경북 합계출산율 1위로.'

지방 소멸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던 경북 의성군이 달라졌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에서 의성군이 합계출산율 전국 3위, 대구경북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6월에는 귀농·귀촌인 유치 실적 4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의성군은 지금도 고령화의 대표 지역으로 불린다. 지난해 노령화 지수가 대구 군위군에 이어 2위(883.5명), 평균연령도 2위(58.9세)이고, 전체 주민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5%를 넘어선다.

노인 비중이 높은 만큼 그동안 의성군의 모든 정책과 예산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미래 세대인 젊은 층이 빠져나가며 지방 소멸 위기가 가속화됐다.

지난 2016년 시행한 '의성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은 이 같은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자 시작한 사업이다.

기존 지역개발사업과 달리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보육 중심지'를 목표로 미래 세대의 거점 공간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탄생한 거점 공간이 '의성키움센터'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요즘, 방과 후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시설은 필수다. 의성키움센터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만화카페 등 놀이 및 체험 시설과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다함께돌봄센터'가 운영 중이고, 센터 옆에는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는 키움어린이공원이 조성돼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의성키움센터는 뛰어놀 공간이 부족했던 아이들과 보육 돌봄 공간이 절실했던 학부모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인근 도시로 향했던 젊은 부모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농촌 지역개발사업들은 대부분 농민과 고령화된 주민들을 위한 기반 시설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준공 후에는 자생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 시설물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의성읍은 달랐다. 의성읍은 행복키움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해 시설 조성 이후 자생력을 키웠다. 협동조합은 현재 센터 내에 키움카페와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협동조합 위원들이 카페를 운영하고, 베이킹 교육을 이수한 위원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주민들 스스로 자생해 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학부모가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 보육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농촌 지역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플리마켓과 아트페스티벌 등의 프로그램이 의성키움센터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 중에서도 의성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과 같이 미래 세대와 젊은 부모를 중심으로 한 사업 시행과 예산 반영이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농촌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등 수많은 지역개발사업이 시행돼 왔고, 현재도 곳곳에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농촌 지역의 소멸 위험은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의성군의 '의성키움센터'는 저출생 대책과 농촌 지역의 발전 정책의 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되짚어 보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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