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고교야구 고시엔 야구대회에서 한국계 '교토국제고등학교' 야구부가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고시엔 야구장'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에 더해 사상 처음으로 '관서( 西) VS 관동( 東)' 이라는 유서 깊은 지역 라이벌 구도에서 교토국제고는 68년만에 관서지방에 우승을 안겼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야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재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간토다이이치고를 2대 1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3월과 8월에 열리는 고시엔 야구대회 106년 역사에서 한국계 학교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일본학교가 아닌 국제학교로 세워진 학교로서도 사상 처음이다.
이날 결승전은 교토국제고 선발 나카자키 루이와 간토다이이치고 선발 하타나카 데쓰시의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교토국제고 선발 나카자키 루이는 시속 130km대 후반 직구와 120km대 슬라이더 등을 던지며 4회 1사까지 한 명의 주자도 내주지 않았다. 나카자키 루이는 9회까지 34타자를 상대로 104개의 공을 던지며 피안타는 단 4개만 내주는 엄청난 투구를 선보였다. 상대도 두 명의 투수를 교체하며 정규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승부는 연장 10회 '타이브레이크'에서 갈렸다. 1루와 2루에 주자를 내보낸 상태에서 치러진 10회 초 공격에서 교토국제고는 대타로 나선 니시무라 잇키가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1번 타자 가네모토 유우고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선취점을 얻었다.
계속된 만루 기회에서 교토국제고는 2번 미타이 세이야가 우익수 뜬공을 친 후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한 점을 더 뽑아냈다. 이후 10회 말 간토다이이치고도 한 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득점하지 못하며 우승은 교토국제고에 돌아갔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조선인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로 설립 당시 이름은 '교토조선중학교'였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에서도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 문화 등도 가르치며 교가도 한국어로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일본인 학생이 80% 정도, 나머지는 재일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토국제고의 야구부는 1999년 창단해 2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2021년 본선 4강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며 단숨에 교토 지역 강호로 거듭났고 3년 뒤인 2024년 여름 끝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에 고시엔에 출전한 학생들 가운데 1번 타자(좌익수) '가네모토' 선수는 한국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고시엔 구장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고시엔에서는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학교의 교가를 틀어주며 재창하는 문화가 있는데, 일본 공영방송인 NHK에서 한국어 교가가 흘러나오자, 일본의 일부 우익 네티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 교가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매체 '재팬비즈니스프레스'는 "인터넷상에 혐오감을 드러내거나 교가의 가사가 반일적이라고 반발하는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교토국제고의 교가에는 '동해바다 건너서'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날 방송에서 일본어 자막은 '동쪽에 있는 바다'로 표현돼 왜곡해서 전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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