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 경제] 불황에 소용량·대용량 유통가의 투트랙 전략

접근성 좋은 편의점 1~2인 가구 소용량 인기
가성비 좋은 창고형 할인점 3~4인 가구 대용량 손길

24일 대구 서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24일 대구 서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경기 불황으로 식품과 생활용품 등의 용량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비교적 작은 용량을 필요로 하는 1~2인 가구 등을 위해 다양한 소용량 제품은 물론, 다인 가구 소비자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용량 제품 판매에 나서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살 만큼만 사자' 1~2인 가구 소용량 구매 증가에 편의점 성장

소용량 제품의 판매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편의점이다. 식사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주거지나 직장 인근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CNN에서도 "대한민국 내 편의점이 5만5천200개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수보다 많다"며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편의점 문화를 조명하기도 했다.

GS25 편의점에서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고피자를 판매한다. 고피자 제공
GS25 편의점에서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고피자를 판매한다. 고피자 제공

23일 닐슨아이큐(NIQ)가 발표한 '2024 편의점 쇼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상 생활이나 식사를 위한 제품 구매 시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포인트(p)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만 18세 이상 65세 이하 국내 남녀 1천명의 소비활동을 조사한 결과다.

이처럼 비교적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일명 '편장족'이 늘어나자 편의점들도 신선식품 판매 전략 강화에 나서고 있다.

GS25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신선강화형 점포수는 400여곳에 이른다. 지난 2021년 단 3곳에 불과했지만, 2022년 15곳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253곳으로 2년 만에 83배나 매장수를 늘렸다. 주로 아파트, 다세대 주택, 빌라 등이 밀집한 주택가를 중심으로 포진해 있다. 이곳에는 농축수산식품, 조미료, 소스류, 두부, 간편식 등 일반 편의점 대비 300~500여종의 상품을 추가로 구비했다. 이밖에 1인 가구를 겨냥한 브랜드인 고피자(GOPIZZA)가 GS25에 입점해 확장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신선 강화 매장의 경우 일반 매장보다 장보기 관련 상품 카테고리에서 최대 20배 이상 높은 매출을 보인다. 다양한 제품을 마련하도록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GS25가 운영 중인 신선강화형 매장에서 판매한 채소류. GS25 제공
GS25가 운영 중인 신선강화형 매장에서 판매한 채소류. GS25 제공

세븐일레븐도 신선 식품 판매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6월부터 매주 새로운 제품을 골라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신선 프로모션' 전략을 펼쳐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신선 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오르는 등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하고 있다는 게 세븐일레븐 측의 설명이다. 세븐일레븐은 계란, 두부, 빵 등 주요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가격에착! 착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닭가슴살, 즉석밥, 커피, 콩나물, 화장지, 미용티슈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착한 시리즈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은 소포장, 소용량 상품과 접근성을 기반으로 1~2인 가구의 장보기에 있어 최적화된 채널로 성장하고 있다"며 "농촌진흥청, 경상북도 등 지자체와 협업해 신선하고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편의점 'CU'가 편의점 업계 최초로 150g 소포장 1인분 쌀을 출시했다. CU 제공

CU도 자체브랜드(PB)인 '득템' 시리즈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득템시리즈는 올해는 7개월 만에 1천800만개가 판매되는 등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1.5배가량 신장했다. 이밖에 편의점 업계 최초로 1인 쌀을 출시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먹을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소용량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쟁여두면 되지' 대용량 판매 창고형 할인점 신장

주로 대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으로 구매한 뒤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창고형 마트의 시장 매출(추산액)은 지난해 9조7천32억원이다. 지난 2019년(6조8천644억원) 대비 31%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할인마트가 27조4천484억원에서 4% 감소한 26조4천203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기세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창고형 할인점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롯데마트 맥스, 코스트코가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통상적으로 대형마트 대비 평균 10∼30%가량 저렴해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개별 포장이 아닌 박스 단위로 제품을 판매하는 데다, 제품군을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단순화하는 등 대량 매입 전략으로 단가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창고형 점포이다 보니 불필요한 실내 인테리어를 최소화하는 등 개설 비용도 줄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24일 대구 서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24일 대구 서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우선 국내 대표적인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1분기 성장세에 이어 지난해 2분기 대비 방문 고객 수가 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9% 증가한 8천3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급등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품목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과일 23.8% ▷수산 13% ▷돈육 12.2% ▷채소 10.9%를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트레이더스에서 단위 가격이 낮은 벌크형 상품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매출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저렴한 생필품과 차별화된 상품을 준비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 2010년 11월 용인시 기흥구에서 문을 연 구성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22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내년 신규매장 마곡점을 개점하는 등 오는 2026년까지 최소 2개 점포 이상 출점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맥스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맥스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맥스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특히 신선 식품 매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전년 1분기 대비 과일과 한우 품목에서 각각 20%, 25%씩 신장했다. 또 맥스 전용 PB 상품으로 출시한 '맥스 1A 신선한 우유 2.3L'가 가공식품 부문 전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현재 총 6개 매장이 운영 중인 롯데마트 맥스는 추가 출점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지난해 코스트코는 1998년 영업 개시 후 처음으로 연 매출 6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전국 18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점포당 연평균 3천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코스트코는 전 세계 14개국 871개 매장을 보유한 세계 3위의 유통업체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한국의 창고형 할인점 시장 규모가 올해 처음으로 9조원을 돌파, 9조9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용량 제품을 구비해 두는 3~4인 가족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매년 창고형 할인점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