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울릉공항, 지지부진한 대응에 뿔난 주민들

현장 인근 주민들, 미세먼지에 '생활불편 넘어 생존권 위협 당한다' 주장

22일 울릉도 울릉공항 인근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 토사형태의 분진이 차량 유리에 쌓여 있다. 조준호 기자
22일 울릉도 울릉공항 인근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 토사형태의 분진이 차량 유리에 쌓여 있다. 조준호 기자

"환경부에서 공항 건설 시에 괭이갈매기와 흑비둘기 등 천연보호 동식물을 걱정하는데 동, 식물보다 인근 주민 생존권부터 좀 보호 해달라. 비행기 뜨기 전 주민들이 먼저 병원에 입원할 판"이라며 한탄했다.

울릉도 지역 내에서도 숲을 지척에 두고 푸른 동해를 조망하며 맑은 공기를 자랑하던 일명 '숲세권'에 거주하던 사동리 일부 주민들이 뿔났다.

22일 울릉공항 인근 주민들은 건설 시에 발생한 소음과 먼지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며 울릉군청과 울릉공항 건설 현장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생존권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입장이다.

울릉공항은 지난 2020년 11월 착공식을 열고 2025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됐다. 현재 50%가량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발주처인 국토부는 공사를 2년 연장해 2027년 연말로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은 올해 5월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공사가 중단됐다가 7월 초부터 공사를 재개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주·야간 강행하는 공사로 인해 발생한 소음과 미세먼지가 생활 불편함을 넘어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 울릉도 울릉공항 건설현장 주변에 설치된 미세머니 관측기. 독자제공
경북 울릉도 울릉공항 건설현장 주변에 설치된 미세머니 관측기. 독자제공

주민이 공개한 사진에는 지난달 말경 울릉공항 인근에 설치된 미세먼지 관측기 수치는 무려 257㎍/㎥ 였다. 이 보다 높게 나올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22일 현장과 수 백미터 떨어진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는 토사 형태의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취재를 위해 타고 간 차량에도 한 시간도 채 안 된 시간에 먼지가 쌓였고, 목과 입안은 텁텁한게 뭔가 입안에 코팅된 듯한 이물감을 느낄 정도였다.

환경부는 1995년부터 미세먼지(PM 10)를 새로운 대기오염물질로 규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미세먼지가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돼 1군(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은밀한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μg/m3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1)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해 국내 배출 감축 저감과 사업장 배출관리 실태 감시, 단속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 지역 같았다.

경북 울릉공항 상단부 현장. 이곳을 깍아 해상해 매립을 한다. 조준호 기자
경북 울릉공항 상단부 현장. 이곳을 깍아 해상해 매립을 한다. 조준호 기자

특히 주민들은 공항 건설 현장 주위 숙박업과 식당 등을 영업하는 주민들은 피해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폭염 속에 수시로 쌓이는 먼지 때문에 청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뿐 아니라 야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해 손님들의 항의와 퇴실 요구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고 한다.

이들은 울릉군청을 방문해 남한권 군수와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아무리 국책사업이지만 피해를 보고 있는 인근 주민들을 좀 생각해달라. 지자체의 존재 이유는 주민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남한권 군수는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다. 현장 방문과 발주처 등에 협의해 주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정상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2일 남한권 울릉군수와 관계자가 울릉공항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조준호 기자
22일 남한권 울릉군수와 관계자가 울릉공항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조준호 기자

주민과 면담을 끝낸 남 군수와 관계자는 곧바로 울릉공항 현장을 방문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공항 현장 정상부 사업장은 한 눈에 차지 않을 정도로 넓은 현장에 비해 살수 장비는 찾아봐도 몇곳 안됐었다. 더 넓은 현장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였다.

현장 내에서 차량이 서행으로 지나가도 엄청난 먼지가 발생하며 사막의 먼지바람처럼 느껴졌다. 이런 현장 조건에 대형 건설장비들이 밤낮 운행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주민들의 마음이 이해됐었다.

또한 인근 주민의 건강도 문제겠지만 현장 내에 일하며 직접 노출된 건설 노동자와 장비업체, 관계자 등의 건강도 염려스러웠다.

발주처인 국토부와 부산항공청 그리고 시공업체인 DL이앤씨는 준공으로 인한 공사 기간도 분명 중요하지만 우선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부터 선 조치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또 환경부와 울릉군은 더 이상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모여야 할 시점인 것 같았다.

공항 건설 관계자는 " 살수도 하며 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장 범위가 넓고 고지대다 보니 바람 영향을 많이 받아 주민 피해가 발생했는 것 같다. 최대한 억제키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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