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통신사선, 260년 만에 일본 시모노세키 도착…"환영해요!"

쓰시마·이키·아이노시마 거쳐 시모노세키 입항…현지 축제 참가
"한일 문화교류의 훌륭한 방향타 역할 하길" 내년 오사카 항해 도전

24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아루카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 축하 행사에서 기타지마 요헤이 시모노세키시 부시장이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에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아루카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 축하 행사에서 기타지마 요헤이 시모노세키시 부시장이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에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아루카 부두에 과거 조선통신사가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이 정박해 있다. 이 배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2015∼2018년 약 4년간 연구·고증을 거쳐 실물 크기로 재현해 운항 중이다. 연합뉴스
24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아루카 부두에 과거 조선통신사가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이 정박해 있다. 이 배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2015∼2018년 약 4년간 연구·고증을 거쳐 실물 크기로 재현해 운항 중이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아루카 부두.

노란 취타복과 꿩 깃을 꽂은 모자를 쓴 취타대가 도열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각 잡힌 동작으로 연주하는 그들 뒤로는 낯선 모습의 배 한 척이 있었다.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이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들어선 일본 에도(江戶) 막부 때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년간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사절단이다.

대한해협과 쓰시마(對馬·대마도) 해협을 건너 약 260년 만에 일본 열도의 관문인 시모노세키에 도착한 통신사선을 본 현지 주민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시모노세키는 일본 열도 최대 섬인 혼슈(本州)의 최서단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기타지마 요헤이(北島洋平) 시모노세키시 부시장은 주민들을 대표해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과 연구소 관계자들에 꽃다발을 건네며 "잘 오셨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조선통신사선이 과거 뱃길을 재현해 일본에 도착한 건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에는 일본 쓰시마(對馬·대마도)까지만 갔지만 올해는 쓰시마, 이키(壹岐), 아이노시마(相島)를 거쳐 일본 열도의 관문인 시모노세키에 이르는 여정이다.

7월 24일 연구소가 있는 목포에서 출발했으니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긴 항해는 만만치 않았다. 이키에서 아이노시마를 들어갈 때는 일기예보와 달리 너울이 크게 일어 배가 크게 흔들렸고, 시모노세키에 입항할 때는 거센 물살 때문에 고생했다고 연구소 측은 전했다.

김성원 선장은 "야마구치(山口)현과 후쿠오카(福岡)현 사이에 있는 간몬(關門) 해협은 일본에서도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곳이라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는 곳마다 조선통신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아이노시마에서는 하루에 600명 가까이 배를 보러왔고, 이키에서는 전체 주민(약 2만명)의 절반 가까운 1만명이 통신사 행사에 참여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특히 이키에서는 과거 조선통신사를 맞았던 집안의 15대손이 직접 배를 찾아 "선조들이 그러했듯 260년 만에 조선통신사를 만나게 됐다"는 사연을 들려줬다고 한다.

2015년부터 4년간 조선통신사선 재현 프로젝트를 맡았던 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쉽지 않은 항해였는데 역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선상 행사 역시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조선통신사선에 대한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전통 공연을 즐겼다. '아리랑',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을 연주하자 현지 주민들은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8세와 4세인 두 딸과 함께 온 테라이 시호 씨는 "조선통신사선이 260년 만에 온다는 전단을 보고 아이가 꼭 가고 싶다고 해 신청했다.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통신사선의 입항이 한일 문화교류의 훌륭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양국이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부산문화재단은 이날부터 25일까지 열리는 바칸 축제에도 참여한다.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은 바칸 축제의 '오프닝'에 해당하는 주요 행사다.

사신의 우두머리인 정사(正使)와 국서를 태운 가마, 취타대, 일본 무사 행렬, 무용단 등 185명으로 구성된 행렬은 시모노세키 시청, 유메 광장 등 1.4㎞ 구간을 걷는다.

정사는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가 맡는다.

신재현 대사는 "이번 방문이 한·일 양국과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인 교류, 협력과 우의 증진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친서를 시모노세키시에 전달한다.

조선통신사선은 내년에는 오사카까지 항해할 계획이다.

과거 조선통신사는 배편으로 오사카까지 간 뒤 오사카부터 오늘날 도쿄인 에도(江戶)까지 육로로 이동했는데, 뱃길을 완전히 복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5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행사임에도 항해 및 현지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경우, 조선통신사선 운영을 위한 예산만 지원받고 있다. 이번 뱃길 재현은 부산문화재단과 시모노세키시의 예산으로 진행됐으나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재현하고자 사업비로 20억원을 신청했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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