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야권은 '우물에 독극물 풀기', '제2의 태평양전쟁' 등 자극적 표현으로 극도의 공포심을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국산 수산물 상당수가 방사능에 오염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방류 시점인 지난해 8월 24일부터 지금까지 우리 수산물에서 검출된 방사능은 '0건'.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와 경북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 때와 똑같은 일이 이번에도 벌어졌다.
'괴담 정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이 떠안았다. 지역 어민들을 비롯해 과거 피해를 입은 한우 축산농가와 성주 참외 재배농가들은 괴담을 퍼뜨리고 공포 분위기를 선동한 정치권에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광우병 소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근거 없는 괴담에 타격입은 축산농가
"광우병이 걸린 소고기를 먹으면 사람 뇌에 구멍이 뚫린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떠돌았던 괴담 중 하나다.
장성대 대구경북한우협회장은 아직까지 이런 괴담들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25일 말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각종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소고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커져 한우를 키우는 축산농가까지 덩달아 피해를 입은 탓이다.
장 회장은 "당시 광우병 사태로 부산물과 고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축산 농가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며 "당시 FTA 체결로 수입 소고기는 할당된 물량 그대로 국내에 들어오는데 광우병 괴담에 한우까지 같이 엮어버려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소머리와 사골뼈, 내장 등 부산물의 경우 매출 감소가 유독 두드러졌다. 광우병 소고기의 부산물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괴담 탓이었다. 지역 축산농가에서는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사료에 들어가던 소 부산물을 완전히 빼고 곡물 위주로 바꿨다. 하지만 이미 괴담에 돌아선 소비자 눈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 회장은 "부산물 소비가 줄어든 것은 그 당시 소고기 부산물을 먹으면 소처럼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이 확산하면서 한우 농가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라며 "이후 사료에 부산물을 아예 못 넣게 했다. 소의 부산물 등을 이용해 사료를 만들면 그 사료를 먹은 소가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우의 고급화 전략도 광우병 사태로 타격을 입은 축산농가의 고육지책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산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미국산 소고기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중앙회장은 "광우병 사태로 위축된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소 값은 천정부지로 떨어졌고 생산자들은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 됐다"며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고기 원산지 표시가 이때 생겼다. 결국 살기 위해서 한우협회가 원산지 표시제를 내놓고 한우 고급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자파 괴담에 '사드 참외' 오명…"방송에 참외 얘기만 나와도 가슴 덜컥"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서 30년 넘게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송주섭(59)씨는 매스컴 등에서 성주참외 이야기가 나오면 가슴부터 덜컥 내려앉는다. 8년 전 사드 전자파 참외 괴담으로 큰 매출 피해를 입은 뒤 생긴 후유증이다.
송 씨는 "2016년 롯데골프장에 사드 임시 배치가 결정되자 '전자파 참외' 괴담이 터져 나왔고 그해 참외 생산액은 급감했다"며 "당시 괴담 내용은 '사드 레이더에 나오는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만든다',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 등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고, 사드 배치 지역인 초전면 참외농민들이 가장 큰 곤욕을 치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지난해 6월 국방부와 환경부는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는데, 사드 레이더 전자파를 비롯해 대기질·수질·토양·생태·소음·진동·전파·경관 등 모든 영역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전자파는 기준치의 0.19%에 불과했다. 과학적인 근거로 명백히 사드 전자파 참외는 거짓 선동이었다는 결론이 났지만 어느 누구의 사과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은 더욱 없다"고 발끈했다.
일각에서는 2017년 4월 사드가 배치된 이후 성주 참외를 '사드 참외'로 불렀고 그만큼 성주 참외 매출은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평년 성주참외 조수입은 평년 5천억원을 넘겨오다 메르스 사태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던 2015년 4천2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사드 전자파 괴담이 퍼진 2016년 매출은 300억원이상 급감한 3천710억원에 그쳤다.
그는 당시 사드 배치 결정에 분노한 군중들 앞에서 사드 전자파 참외 괴담을 목이 터져라 외치던 A 방송인, B 정치인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송 씨에 따르면 사드 반대 성주군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와 "사드가 오면 돌아버린단다. 사드를 막아내야 전자파가 걷히고 산뜻하게 맑은 날 돌아온단다"라는 개사곡을 불러댔다.
이어 "일부 정치인, 방송인, 언론의 사악한 거짓 선전선동으로 애꿎은 성주참외 농민과 성주군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치를 떨었다. 그는 "거짓 괴담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사회적 책임을 묻고 당시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사람들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는 격언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사드 전자파 참외 괴담 같은 피해가 절대 반복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도 생계 걸린 국민…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나"
지난 24일 오후 1시쯤 경북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은 싱싱한 회를 찾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시장 상인들은 밀려들어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호객을 할 엄두도 못 낼 정도였다.
시장 상인들은 지금 분위기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꿈도 꿀 수 없던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해 확산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어시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시장 손님 김종호(44·대구) 씨는 "포항에 싱싱한 회를 먹으러 자주 왔었는데 그동안 원전 오염수 괴담으로 괜히 먹기 찝찝해 최근까지 못 왔었다"며 "하지만 해수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이제는 괜찮겠다 싶어 가족들과 함께 죽도시장을 찾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가장 먼저 발길이 끊긴 것은 이 같은 소식에 민감한 젊은 손님들이었다. 간간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방문이 있었지만 돌아선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인들은 당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전례없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괴담이 확산하면서 시장에는 손님보다 수산물과 해수의 각종 수치를 재러 오는 각종 기관 담당자가 많을 정도였다.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상인들의 타들어가는 속도 모른 채 과제를 이유로 해수 방사능 측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상인들은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매출이 기존의 절반 이하까지 떨어진 곳도 적잖았다. 월세를 내지 못하는 가게가 속출했고, 폐업이나 가게 축소가 잇따르면서 적잖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시장에 손님들이 돌아온 지금도 상인들은 당시의 피해를 잊을 수 없다며 정치권을 성토하고 있다.
죽도시장 상인 방명의(55) 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정말 기가 막힌다. 일본 정부가 몰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 것도 아니고 방류 계획이나 방사능 수치 등을 미리 국제사회에 알리고 한 일인데 그렇게까지 공포를 조장할 필요가 있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며 "우리도 생계를 이어가는 국민이다. 오염수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만 생각해 공포감을 형성하지 말고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 정치를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