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식사 한도 5만원 상향, ‘김영란법’ 취지 잊지 말아야

27일부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請託禁止法)이 허용하는 식사비 한도가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물가 상승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를 반영(反映)해 개정한 시행령이 이날부터 적용되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벤츠 여검사' 사건처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없는 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제정됐다. 초기엔 직무 수행, 사교(社交)·의례(儀禮)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3만원 이하 음식물, 5만원 이하 선물만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법이 외식업 침체, 농축수산물 소비 위축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준가액이 여러 번 조정됐다. 식사비는 이번에 처음 상향됐지만, 선물 상한액은 수차례 조정으로 평시 15만원, 명절 30만원으로 올랐다.

상한액 조정은 관련 업계의 민원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상한액이 여러 번 인상되면서, 입법 취지와 법의 권위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사회의 청렴(淸廉) 의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제재받은 공직자 등은 1천897명이다.

청탁금지법은 원칙적으로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한다. 다만 사회 상규(常規)를 법으로 규제하는 부작용을 고려해 식사, 경조사, 선물 등에 상한액을 정해 일부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식사비 상한액이 올랐다 해서, 마음껏 대접하고 접대받으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권익위가 추석을 앞두고 공개한 '청탁금지법 바로 알기'란 카드 뉴스는 부적절(不適切)하다.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는 100만원까지 선물도 가능하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공직자라도 농수산물에 한해 평소 15만원, 명절 기간에는 30만원까지 선물을 허용한다'는 안내는 공직자에게 선물을 하면 안 된다는 상식을 가진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다. 기준이 완화되고, 예외가 강조되면 청탁금지법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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