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전당대회 결과는 ‘개딸’ 아닌 단합 원하는 ‘당심’이 좌우

허신학, 정봉주 패인은 '명팔이 발언'…개딸 공세보다 당원 반감이 핵심
당원 대부분 정권교체 위한 尹 대항마 이재명 뿐이라 생각…분열 우려 부정적
권익위원장 경험과 김건희 여사 맹비난 전현희…친명 보다 강성·역할론 영향
오랜 친명 보다 정권 교체 위한 전투력 높이 사면서 이 대표와 단합 관건

허신학 윈지코리아 컨설팅 대표. 강영훈기자 green@imaeil.com
허신학 윈지코리아 컨설팅 대표. 강영훈기자 green@imaeil.com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개딸'(개혁의딸)이 당심을 주도하며 움직였다기 보다는, 당원 대부분이 정권교체 주자로 이재명 대표를 선택했고, 이를 위해 하나로 똘똘뭉쳐 윤석열 정부와 강하게 싸울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민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의원 적합도 조사를 맡기도 했던 허 대표는 지난 23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를 보고)개딸이라 부르는 강성 지지층이 당을 장악했다. 당내 여론을 주도했다고 하는 데 전혀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층들의 구성이나 연령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 지지층의 80% 정도가 당이 하나로 뭉쳐서 단합하고 윤 정부와 싸우길 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개딸이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개딸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전대 결과 당 대표 경선은 이재명(85.40%), 김두관(12.12%), 김지수(2.48%)순이었고, 최고위원 경선은 김민석(18.23%), 전현희(15.88%), 한준호(14.14%), 김병주(13.08%), 이언주(12.30%), 정봉주(11.70%), 민형배(9.05%), 강선우(5.62%) 순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신임 당대표와 새 최고위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전현희 최고위원, 이재명 당대표, 김민석·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신임 당대표와 새 최고위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전현희 최고위원, 이재명 당대표, 김민석·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와 싸울 대항마로 이재명 선택…최고위원은 단합 적합성이 기준

허 대표는 당 지지층들이 이재명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서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때 21대 국회에 180석을 몰아줬지만 우유부단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정권이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 버린 과정들을 지켜본 민주당 지지층들은 굉장히 분노에 차 있다"며 "이번 결과도 그러한 생각이 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지난 정권 교체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으로 네거티브 공방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면서 지지층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공천 과정에서 수박이라고 비판받는 사람들이 대거 당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탈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을 반복해서는 정권 교체가 힘들다는 부분에 지지층의 암묵적인 동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재명 대표의 재판 과정을 현재까지 지켜봐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보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윤 정부와 싸울 수 있는 대항마가 이 대표밖에 없다는 부분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서 제대로 싸우라는 것이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였고 이에 부합한 후보가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허 대표는 "현재 민주당 지지층을 가장 두껍게 형성하고 있는 40~50대 층은 대학생 때 학생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며 "이 사람들이 개딸에 의해서 휘둘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고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이재명팔이' 세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봉주 급락, 전현희 급등…친명보다도 역할론

허 대표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선거전 동력은 '동정심'이었다"며 "공천 취소를 당한 것에 대한 동정심을 동력으로 삼았는데 갑자기 전략적 오판으로 '이재명팔이'를 비판하는 등 이상한 방향으로 간 것은 당 지지층 구성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정 전 의원은 개딸만 공격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사실 당 지지층의 70~80%나 되는 당원들을 모두 공격한 것"이라며 "당원들은 이재명을 무슨 신격화하거나 무조건 이재명 말을 들어야 한다 이런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이재명을 빼면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또 "당 내부에서 유일한 정권 교체 희망을 흔들어버리면 앞으로 미래가 없고, 보수 정권을 계속 연장하는 것은 더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런 민주당 지지층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데, (정 전 의원이)잘못 읽었다"고 봤다.

개딸이 정 전 의원의 이재명팔이 발언을 부각했지만 이미 당원 대부분도 이 대표를 정권교체를 위한 유일한 주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하는 듯한 발언 자체가 단합에 저해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허 대표는 "전현희 의원이 2등으로 당선됐지만 친명이라고 하기엔 이 대표와 뚜렷하게 어떤 것을 했던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추미애 장관 아들 비리 제보한 사람을 입장을 바꿔 공익 제보라고 인정해서 네거티브 공격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지층들이 볼 때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서 가장 맨 앞에서 싸웠던 사람이 전 의원이다. 권익위원장으로서 감사원하고 싸우는 등 그런 서사를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 의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권과 각을 세웠던 전 의원에 대한 믿음 평가 이런 게 기본 베이스가 된 것"이라며 "권익위원회 국장 사망 사건이 일어났을 때 김건희 여사를 저격하는 등 싸우는 모습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여론의 지지를 높게 받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최고위원 선거 결과를 보면 과거 김병주 의원도 친명을 내세워서 뭘 하거나 오래 정치를 해왔던 사람은 아니다. 대장 출신으로 국방 분야에서 정부와 각을 세우는 등 강점을 드러냈다"며 "전현희 의원도 그렇고 스스로 원조 친명이라고 강조해서 된 사람은 사실상 이 대표가 밀었던 김민석 의원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친명을 강하게 내세웠던 강선우, 민형배 의원은 떨어졌다"며 "대부분 친명을 내세웠기 때문에 강점이 되지 못하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사람들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단순히 이재명하고 누가 친하냐의 문제보다, 이 사람이 최고위원이 됐을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역할론에 조금 더 방점을 찍었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구성된 지도부로 차기 정부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이때 각자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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