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학점제 반년 앞으로] <상> 고교학점제 도입 땐 학교 현장 어떻게 변하나

학생들 적성·진로 따라 다양한 과목 선택
최소 이수 학점인 192학점 이수해야 졸업
공동교육과정 등 학교 밖 교육과정 확대도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4일 대구중앙컨벤션센터에서 일반계고 학교장 77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4일 대구중앙컨벤션센터에서 일반계고 학교장 77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5학년도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위한 학교장 워크숍'을 가졌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반별로 학교가 짜준 수업을 듣던 고등학교의 모습은 옛 일이 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 고1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생들은 '나만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기 주도 학습으로 적성과 진로에 맞는 다양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운영하며 일찌감치 고교학점제가 안착할 수 있게 준비해 왔다.

◆적성·진로 따라 다양한 과목 선택

학생들은 1학년 때는 공통 과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듣고 2, 3학년부터는 선택 과목(일반선택·진로선택·융합선택) 중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과목들을 선택해 수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1학년 때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진로를 탐색하고 학교의 교육과정·선택과목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진로 검사나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진로가 어느 정도 설정되면, 희망하는 대학이나 계열의 권장 과목을 참고해 2, 3학년 동안 학습할 과목의 이수 계획을 세운다. 학생의 상황에 따라 진로는 도중에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과목을 선택할 때는 '위계성'을 지켜야 한다. 우선 공통 과목은 선택 과목을 수강하기 전에 들어야 한다.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공통 과목을 1학년에 수강하는 이유다. 또 선택 과목 중 Ⅰ·Ⅱ로 표현되는 과목은 'Ⅰ'과목을 먼저 이수한 후 'Ⅱ' 과목을 이수하는 게 원칙이지만 두 가지를 병행 이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1학년 때와 달리 학생 선택 과목 수가 늘어나는 2, 3학년 때에는 수강 과목에 따라 학생별 시간표(주당 32시간)가 달라지게 된다.

학교는 학기별 개설 과목을 선정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 편제표에 제시된 선택 과목들에 대해 학생 수요 조사를 실시한다. 수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수강 신청 대상 과목들을 확정한다.

◆최소 192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할 최소 이수 학점은 192학점으로, 교과 174학점과 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288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1학점은 50분 기준으로 16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이다.

과목에도 이수 기준이 생기는데 학업성취율 40%와 과목 출석률 3분의 2 이상을 충족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조은희 시교육청 미래교육과 장학사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앉아만 있어도 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했던 것이 이제는 공부하고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신 평가 방식은 사회·과학 융합선택과목(9과목)을 제외한 전체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한다. 모든 학년·과목에 5등급 절대평가(A~E등급)를 적용하되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안전장치로 상대평가 등급(1~5등급)도 함께 기재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고1 공통과목만 상대평가를 병기하고 고2, 3은 절대평가로 내신 제도를 바꾸기로 했지만, 절대평가의 경우 '성적 부풀리기', '교사의 평가 전문성 논란' 등의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어 한 발짝 후퇴했다.

◆교실 안→밖으로 교육과정 확대

학생들의 학교생활도 달라질 예정이다. 똑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표 대로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학생 개인별 시간표에 따라 수업 시간도 장소도 각양각색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최대한 일과시간 내 정규 시간표에 수업을 개설하고 수강 인원이 소수인 경우 '소인수 선택 과목'을 개설한다. 소인수 과목은 일과시간 내 공강 시간 또는 일과시간 외(방과 후, 주말)에 이뤄진다.

학교 내에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면 인근 학교 간 연계해 운영하는 교육과정인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들을 수도 있다. 대구 지역의 경우 북구 강북고와 영송여고가 연계해 인공지능 수학, 국제 경제, 과학 토론 등의 과목을 개설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1일 개교한 대구온라인학교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원하는 고교-대학 연계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인 '꿈창작 캠퍼스'도 있다. 학생들은 방과 후, 주말, 방학 등 일과시간 외 시간을 활용해 해당 대학으로 직접 이동해 수업을 듣는다.

학생 개인별 시간표에 따른 일과 중 공강 시간도 발생한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주당 평균 수업 시수가 평균 32시간으로 줄고, 주 5일 하루 7시간 운영하면 공강이 1~3시간 생긴다. 학생들은 공강 시간에 학교 휴게실이나 도서관 등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거나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교실 경계를 확장한다.

최은희 시교육청 미래교육과 장학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서 과목들을 선택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학점을 이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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