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붕괴 직전 대학병원 응급실 "다가오는 추석이 두렵다"

의사 1명이 5~7명 몫 하는 중…하루에 전화만 100통 이상
대부분 병원들 '의료진 부재로 환자 수용 불가'…추석 이후 쏟아질 환자 걱정

대구에 폭염경보가 이어진 지난 7일 오후 119구급대원들이 온열 질환자를 경북대병원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에 폭염경보가 이어진 지난 7일 오후 119구급대원들이 온열 질환자를 경북대병원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추석 연휴가 끝나면 환자들이 또 많이 쏟아질텐데, 정말 두렵습니다."

26일 김정호 영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 응급실 상황을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교수를 비롯한 전문의 1명, 전공의 1, 2명, 인턴 3, 4명 등 의료공백 이전에 5~7명이 응급환자를 돌보던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교수 1명이 전담하고 있다. 교수 1명이 구급차로 이송되거나 직접 찾아오는 응급환자의 상태를 살펴야 하고 수술이나 치료가 가능한지 다른 진료과에 연락해야 하고 병원을 옮기기 위해 다른 병원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상황이다.

김 교수는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사람도 많다보니 추석 연휴 이후 환자는 분명히 평일보다 훨씬 많이 늘어날텐데 지금 인력과 자원으로 이들을 어떻게 다 치료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의료공백 상황이 6개월 째 지속 중인데다 코로나19까지 재확산되면서 전국 응급실이 업무 과부화에 허덕이고 있다. 대구 시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들 응급실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석 연휴 이후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26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 시내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각 응급실마다 1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큰 권역응급의료센터라 할지라도 전공의들이 없는 상태에서 일손이 부족하다 못해 거의 없다시피 한 지경이다.

대구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종합상황판.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캡쳐.
대구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종합상황판.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캡쳐.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떠 있는 '의료진 부재로 수용 불가능' 메시지는 일상이 됐다. 종합상황판에서 대구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을 찾아본 결과 13개 진료과에서 의료진 부재로 일부 또는 전부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또다른 상급종합병원도 같은 숫자의 진료과가 의료진 부재 또는 병원 내 사정으로 응급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띄워놓았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 또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종합병원 등 2차 의료기관도 수용 한계를 넘어서고 있어 환자를 옮기기 매우 힘들다. 김정호 영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수용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건으로 하루에 100통 이상 다른 병원이나 구급대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며 "대구경북 환자들의 경우 다른 권역으로 전원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권역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다가오는 추석이 두렵다. 추석 연휴동안 사람들의 이동이 잦고, 그만큼 사고나 질병 등이 발생할 확률 또한 높기 때문이다.

25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2만3천건꼴이었다. 날짜별로 보면 명절 당일(2만5천건)과 그 다음 날(2만4천건)에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평상시 평일의 1.9배 수준이다.

급증한 환자들 대부분은 경증 수준의 환자들이지만 추석연휴에는 화상이 3배, 관통상이 2.4배, 교통사고가 1.5배까지 증가하는 등 사고로 인한 응급실 내원 환자도 늘어난다.

의료계는 업무 과부화로 인한 응급실 운영 중단을 걱정한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2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9월이 되면 코로나가 정점을 찍어 환자들이 더 몰릴 것이고,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대거 쉬는 추석 연휴도 있어서 응급실 연쇄 셧다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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