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최근 각 가정, 소상공인, 공장 등에 속속 도착하면서 다음 달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8월 역대급 폭염이 계속돼 사상 최장 열대야를 기록하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으로 폭염 속 에너지 요금 폭탄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최대 수요 전력은 9만7천115㎿로 집계됐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을 포함한 대구경북본부 관할 지역은 6천625㎿를 사용한 지난 22일 오후 5시 최대치를 갱신했다. 다음 달 전기요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한 식당 대표 A(40) 씨는 "낮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밤에도 너무 덥다보니 에어컨을 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달 사용분 전기 요금이 500만원 정도 나왔다"고 털어놨다.
3산업단지 입주 업체 A사도 최근 3년간 월 기준 여름철 전기요금이 100만원 이상 올랐다. 무더운 날씨에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냉방시설 설치를 확대했다. A사 대표는 "에어컨을 틀고 싶지만 현장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냉풍기 사용량을 늘렸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여름철은 확실히 전기 요금이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처럼 부담이 늘어나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늦게 정치권에서 재점화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 합의를 통해 전기료 감면 법안을 민생 법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에서도 지난 10년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위법성을 따져온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 누진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특별 발제를 통해 "현재 누진제가 국민의 생존을 억압하고 있다"며 "주택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입법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누진제는 해외 주요국 사례와 낮은 주택용 전기요금 수준, 수요관리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요금제를 고민하고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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