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한달 전기료 263만원…4500원짜리 커피 600잔 팔아야”

전기요금 폭탄 공포…서민들 냉방비 부담 커져 눈물
20평 술집에 전기요금이 100만원…4분기 요금 인상 두렵다

26일 대구 시내의 한 식당에서 가게 주인이 지난 7월 부과된 전기요금 고지서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6일 대구 시내의 한 식당에서 가게 주인이 지난 7월 부과된 전기요금 고지서를 살펴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폭염으로 인해 올 여름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공동주택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료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에어컨을 끄고 장사할 수도 없다 보니 전기요금 걱정에 하루하루 늙어가는 느낌입니다."

26일 오후 대구 북구 한 국밥집에 들어서자 에어컨 2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35평 남짓한 매장이지만, 지난달 사용분 전기 요금이 80만원 정도 나왔다. 매장 대표 이모(53)씨는 "평소 30만원 수준인 전기료가 여름만 되면 70만~80만원으로 오른다"며 "이번 달 사용분이 나오는 9월에는 얼마나 더 나올지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대구 달서구 한 커피숍 대표 김모(43) 씨도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달 전기요금이 263만원이 나왔다. 지난해보다 20%가량 전기료가 더 나온 상황"이라며 "전기료를 내려면 4천500원짜리 커피를 600잔 팔아야 하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갈수록 경기는 나빠지는 데 참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산업현장, 가정 시름 깊어

비교적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떨어진 데다 고물가·고금리까지 겹쳤지만, 냉방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20평 남짓한 대구 동구 한 술집을 운영 하는 최모(32) 씨도 현실화한 요금 폭탄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씨는 "워낙 더워 열대야 현상이 길어지다 보니 밤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영업을 하지 못 한다"며 "작년 8월에는 75만3천원이 나왔는데 이번 달에는 99만원6천원이 나왔다. 안주류를 중심으로 가격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업 현장에서도 전기 요금 폭탄과 씨름하고 있다. 특히 뿌리산업 가운데 열처리, 주조 산업의 경우 전기 요금 지출이 특히 더 높다.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오른 데다 에너지 비용도 높아져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높다. 열처리 전문업체 A사 대표는 "전기요금이 제조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해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다른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에 전기료 부담이 더해져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가정집도 마찬가지다.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이모(40) 씨는 "몇 일 전 요금을 받고 깜짝 놀랐다. 6월에 사용한 전기 요금이 5만원 정도인데 이달에 15만원이나 나왔다"며 "이렇게 많이 나온 건 처음이다. 날씨가 더 더웠던 이번 달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라고 했다.

폭염으로 인해 올 여름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공동주택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료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여름철 누진제로 인한 전기 요금 상승

이처럼 전기 요금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여름철 누진제로 인한 전기 요금 상승과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폭염 탓이 크다.

7월 1일 기준 식당 등에 사용하는 일반용(갑)1(저압·300㎾ 미만) 전기요금은 ㎾h당 132.4원이다. 이는 봄·가을(3~5월, 9~10월) 91.9원 대비 44.07% 증가한 가격이다. 산업용 전력의 경우에는 25%가량 요금이 비싸다.

다만, 주택용의 경우 여름(7~8월)에는 냉방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누진제도 300㎾h 이하, 301~450㎾h, 450㎾h 초과 구간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으나, 폭염이 길어지면서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최대 전력 수요에서도 전력량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97.1GW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0일 오후 8시 전력수요는 95.8GW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7일 오후 8시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90.7GW보다 5.65% 증가한 사용량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여름철 전기 요금 부담으로 인해 한숨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오는 4분기 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구의 한 백반집 사장 박모(51) 씨도 지난달 사용분 전기요금으로 60만원을 납부했다. 그는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다 보니 에어컨을 일찍 틀었는데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요금을 올린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겨울에 히터를 틀어야 하는데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요금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기요금 합리화를 위해 요금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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